대한전선 갑질횡포에 中企 '기댈 곳 없다'…기약없는 사법절차 뿐

대한전선 ‘시간은 우리 편’...中企, 자금난에 고사직전

(제작 = 김성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사업 상 갈등이 '사적 거래'로 해석될 경우 코너에 몰리는 것은 당연히 자본력이 달리는 중소기업 쪽이다. 대기업이 막강한 정보력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면서 금융당국이 중소기업을 구제할 여지도 제한적이다. 결국 중소기업은 기나긴 사법 절차라는 유일한 선택지만 손에 남게 된다.

◈'사적 거래' 포장한 횡포에 관련당국도 개입 소극적

대한전선 계열사 티이씨앤코가 중소기업 D사를 상대로한 갑질횡포 일련의 과정은 이같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티이씨앤코는 D사에 스마트사업부를 넘기기로 약속해 놓고 비용만 치르게 한 뒤 대가는 지불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만 끌고 있다.

D사는 지난 해 티이씨앤코로부터 스마트사업부의 자산일체를 넘겨 받는다고 믿고 해당 사업부가 벌여놓은 현장 일을 떠안았다. 현장 일은 하도급 형식으로 넘기고, 자산도 이전한다고 합의서에 명시했다.

티이씨앤코 내 '스마트사업부 매각 제안'을 확인한 스마트사업부 관련 인력들은 당연히 '사업부가 D사로 넘어간다'고 판단하고 D사로 소속을 옮겼다. 티이씨앤코는 공정거래위에 보낸 문서 등에서도 "장기적으로 사업을 매각할 계획"이라는 것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D사는 떠맡은 일을 다 처리한 지금 시점에서 티이씨앤코 측이 "사업 양수도 계약이 아니고 하도급 계약일 뿐"이라며 자산이전을 미루는 상황에 기가 막힌다는 입장이다. D사 관계자는 "대기업이 선량한 중소기업에게 사업 매각을 미끼로 비용만 떠넘겼다"며 "티이씨앤코는 자산이전을 미루며 시간을 끌다 우리가 죽으면, 사업부를 다시 정비해 비싼 값에 이를 매각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런 억울함을 풀어줄 곳이 없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D사가 티이씨앤코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 문제를 풀어주는 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업부 매각 부분에는 개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종의 민사 영역이기 때문이다.

◈공정위 "권한없다", 금감원 "관할사항 아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부가 넘어가거나 합병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위협받는 경우를 살핀다"며 "기업 간 약속은 기본적으로 사적 영역이고, 따라서 의견이 갈릴 때 누가 맞는지 공정위가 따질 권한은 없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티이씨앤코가 자산 일체를 D사에 무상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이것을 사업부 양도로 볼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자본시장법은 사업상 기업의 주요 변동사항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그러나 합의서 자체가 하도급과 그에 따른 대가로써 자산을 넘긴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고, 아직 자산 이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D사의 구제요청에 대해 "금감원에서 처리할 내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티이씨앤코가 공시 누락을 했다면 그에 대한 제재를 가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상법 상 명백한 매각 계약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D사 관계자는 "티이시앤코가 여러 경로를 통해 사업부 매각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이렇게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나갈 수 있게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D사는 현재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다. 대기업 계열사의 횡포가 철저히 '사적 거래'로 포장된 현실에서 중소기업의 유일한 목표는 사법절차라는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어떻게든 견뎌 살아남는 것이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