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일반 대중들에게 농업에 대해 설명을 하지 못했다. 직원들 간에 GMO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꺼렸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일이 농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말하고 알리려고 한다" (몬산토의 톰 애담스 부사장)
GMO 기술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GMO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증가하자 몬산토와 듀폰 파이오니어 등 GMO 기업들도 대중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미국곡물협회, 미국식품정보협회, 미국옥수수생산자협회, 종자개발 회사 등 기자가 방문 취재를 한 곳에서는 한결같이 'GMO' 또는 'GM'보다 Biotech, Biotechnology, Biotech food(생명공학식품) 등의 용어를 사용하기 선호했다.
GMO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미국의 식품안전정보협회(IFIC, International Food Information Council)의 앤디 벤슨 부회장은 "과학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돌연변이라는 과학 용어가 대중들에게는 다른 차원으로 공상이 되기 일쑤"라며 "GMO나 GEO 대신 바이오 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이런 사정이 반영되어 있다"고 말했다.
앤디 벤슨 부회장은 "일반 대중이나 소비자들과 소통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용어를 선정하느냐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GMO라는 용어가 대중들에게 야기할 수 있는 불안감 등을 막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바이오 텍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GMO라는 중립적인 용어 대신 바이오 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유전자가 변형됐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가리는 측면이 강해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에서 GMO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증가하면서 상당수 지방정부에서 소비자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유전자가 변형됐다는 의미의 GMO 여부를 식품에 표시하는 문제가 한창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몬산토와 듀폰 파이오니어 등 GMO 기업들은 GMO 기술을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명분과 연결시킨다. 갈수록 부족해지는 식량문제를 해결해 인류 생존을 도모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 바로 유전자 변형 기술 개발이라는 것이다.
몬산토와 듀폰,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 미국 내 Global Harvest Initiative의 마가렛 제이글러 디렉터는 "지금도 8억 명의 인구가 굶주리고 있는데, 오는 2050년 지구 인구가 70억 명에서 90억 명으로 증가하고, 중국과 인도의 26억 인구가 경제성장으로 육류와 우유 등 동물성 식품을 본격 소비할 경우, 세계적으로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해 단위 면적당 곡물 생산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제2의 녹색혁명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Biotechnology 기술은 매우 중요한 포션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변형을 통해 물이 부족한 지역, 기온이 낮은 지역, 간석지 인근 염분 농도가 높은 지역 등 기존에 곡물을 심을 수 없는 곳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종자를 개발하고, 이를 정밀농업 등 현대 농업기술과 결합시켜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세계 환경단체들은 유전자 변형식품이 후대 세대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는 등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유전자 변형 종자에 대한 내성 증가로 자연 생태계를 교란 및 파괴할 수 있는 만큼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아니라 재앙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GMO 업계가 내세우고 있는 지속가능성을 일축한다.
또 유전자 변형 종자 개발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종의 곡물 재배가 아니라 대규모 단작화가 농후해지는 현실인 만큼 종 다양성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GMO 기술 개발을 놓고 '인류 재앙의 단초'와 '인류 미래의 희망'이라는 상반된 평가와 전망 속에, 사용하는 용어와 가치 실현의 방법론 간 경쟁도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GMO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기후변화와 인류 생존을 위한 식량증대, 지구 생태계 보전 등 지구적 차원의 도전 과제 앞에서 앞으로 어떻게 수렴돼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