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오는 7일부터 20일간 열리는 국감의 피감기관을 672곳으로 확정하는 내용의 감사대상 승인 건을 의결했다. 대상기관 수는 역대 최대규모로, 지난해 630개 기관보다 42개나 늘었다.
그러나 '매머드급' 국감에 걸맞지 않게, 감사 준비기간은 너무 촉박하다. 여야는 지난달 30일 세월호특별법 제정 협상을 타결 짓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이틀이 지난 후 국감 피감기관을 확정지었다.
세월호법 협상이 오랜 기간 안갯속을 헤맸기 때문에 국감 일정이 갑작스럽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당내 인사들조차 국감 일정을 가늠하지 못했다. 지난 주 새누리당 소속의 한 상임위 간사는 "그래도 13일 쯤에는 국감을 시작하지 않겠느냐"고 추측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해 국감 준비기간과 비교해도 이번 국감의 준비기간은 유난히 짧다. 지난해 여야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으로 공방을 주고받은 끝에 9월 27일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이후 10월 10일 국감 대상 기관 승인의 건을 본회의에서 의결했고, 국감은 14일부터 시작했다. 9월 중순 국감은 어느 정도 예상됐었고, 의사일정을 합의한 후 3주나 되는 시간이 주어졌다.
반면, 올해 국감에서 여야 의원실이 피감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시간은 지난 1일과 2일, 이틀 뿐이다. 국감이 시작되기 전에 개천절과 주말이 연달아 이어져 제대로 된 자료 요청이 이뤄지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피감기관으로부터 기본 자료조차 받지 못한 의원실이 태반이다. 한 새누리당의 보좌관은 "아무리 준비를 했다곤 하지만, 이번 국감 일정은 너무 불투명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했다"면서 "7월에 해야 할 일들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멘붕'에 빠졌다"고 말했다.
통상 의원실은 7월부터 피감기관의 기본 자료를 보고 업무를 파악해 8월께 세부 자료를 요구한다. 이후 8월말·9월초께 문제점을 확증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해 9월 본격적으로 감사를 시작한다.
올해부터 실시하기로 한 분리국감마저 무산돼 일정은 더욱 꼬였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경우, 가장 나중에 국감을 하기로 했던 피감기관이 당장 다음 주에 하기로 정해졌다. 첫 주는 그야말로 '날림' 국감이 될 공산이 크다.
정기국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국감이 엉터리로 이뤄지면, 예산안 심사까지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국감에서 정부의 사업이 제대로 실시됐는지, 세금을 낭비한 것은 아닌지 따져, 잘못 집행된 예산은 깎고 필요한 예산은 늘리는 등 국감 결과를 예산안에 반영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해서다. 결국 '부실 국감'이 '부실 예산안 심사'로 이어지는 셈이다.
조성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정기국회가 국정감사와 예산안심사로 이뤄져 있는데, 여야 의사 일정이 늦춰지다보면 이 중요한 두 가지가 겹쳐 둘 다 부실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조 소장은 "현실적으로 분리국감을 실시해야 하고, 이상적으로는 상시국감 체제로 가야한다. 각 상임위에서 교섭단체가 합의를 하면 국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