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창을 가로막으면 감옥이 된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취소 압력에 부쳐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박종민기자
제 1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막이 올랐습니다. 올해는 79개국 314편이 초청돼 지난해보다 아홉개국 13편의 영화가 더해졌습니다. 단지 외형만 커진 것이 아니라 전세계 최초 개봉하는 월드 프리미어가 98편, 자국외 세계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도 36편이나 되어, 국제영화제로서의 영향력을 입증했습니다.

문화예술의 수도권 집중을 개선하고, 부산을 단지 한국영화의 발상지에 머무르지 않고 영상문화의 중심으로 도약하도록 기획된 부산국제영화제는, 짧은 역사에도 눈부시게 성장했습니다. 서구에 억눌려 있던 아시아 영화를 재발견하고 아시아 영화인들의 연대를 실현했습니다. 말 그대로 “아시아 영화의 창”으로 자리매김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 영화인에게 사랑받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가 된 것입니다.

올해는 영화 산업이 활발하지 못한 지역의 작품들 중에서 수작들을 많이 발굴해 세계 영화계를 흥분시키고 있으며 지난 3월 작고한 알랭 레네의 유작이나 장뤽 고다르의 3D 신작, 장이모우와 공리가 다시 호흡을 맞춘 “5일의 마중” 중국 거장 허안화와 탕웨이가 만난 “황금시대”, 임권택 감독의 “화장” 등 주옥같은 작품들도 선사합니다. 이런 거장들과 그들의 좋은 작품들이 부산을 세계 5대 영화제라고 치켜세우며 스스로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라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수많은 차이들이 만나 바다를 이루기 때문이며, 엄정하고 투명한 선정 과정을 통해서 진정 의미 있는 작품들을 길어 올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공신력 있는 축제에서 엄정한 심사를 통해 선정한 작품을 두고 개최지 부산의 시장은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작품”의 상영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어 보수 정치인들과 보수단체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부산국제영화제가 선택한 영화들을 비난하고 상영취소 압력을 넣었습니다. 이들은 문제가 된 <다이빙벨> 뿐 아니라 국가보안법으로 희생당한 부부의 일상을 담은 영화 <불안한 외출>까지도 문제 삼았습니다. 이용관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영화제는 영화로 소통하는 축제의 장”이라며 “선정작을 상영하지 않는 건 영화제의 정체성을 깨는 것이자 다양성과 개방성을 추구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자체를 훼손하는 일”이라 일축하고 영화인들과 시민단체들이 잇달아 성명을 발표하며 외압을 비판했지만, 보수 단체들은 집행위원들의 정치적 성향들까지 문제 삼으며 일방적인 비난과 매도를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압니다. 자신의 정치적 식견으로 영화를 보지도 않고 편향된 판단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말입니다.

활짝 열 수 있는 창이 달려있는 곳이 사람답게 사는 곳입니다. 창살이 있거나 막혀 있다면 그곳은 범죄의 위험에 시달리는 곳이거나 감옥일 것입니다. 우리 국제영화제를 감옥으로 만들면 어떤 작품들이, 어떤 관객들이 찾아오겠습니까? 편향된 식견으로 다른 시각을 가로막는 자들의 목적은 결코 공공에 있지 않습니다. 그 자체가 공공선을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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