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음식점 창업. 길게는 수십 년에서 짧게는 수개월 만에 백기를 들고 나가는 집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4대째 식당을 이어가려고 신화를 기록 중인 집이 있다면 믿겠는가?
6.25 한국전쟁 직후 용산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내려오는 역전회관이 바로 신화의 주인공이다. 창업주인 어머니의 손맛을 아들과 며느리가 이어받고, 다시 그것을 손자와 손자며느리가 이어 받았다. 이제는 다시 증손자가 가문의 영광을 이어가려고 준비중이다.
어떻게 반세기의 세월을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이어온 것일까? 한국형 장사의 신 취재진이 역전회관의 여장부 김도영 대표를 만나 숨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십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반세기를 '역전회관'으로 이어왔다. 주로 어떤 손님들이 오나?
어르신들은 옛날 추억을 찾아서 오시는 것 같고, 젊은이들은 한국 맛 정서를 찾아오는 것 같다. 최근 젊은이들이 서양음식을 선호한다고 해도 집에서 먹는 음식이 한국 음식이기 때문에 한국 음식이 당길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 그런데 똑 같은 맛을 내는 것이 가능한가?
그건 상식적으로도 안 되고 실제로도 할 수 없다. 나도 똑같은 조리방법으로 똑같이 조리하지만 우리 시어머니가 하실 때랑 내가 할 때랑 맛이 다르다. 그건 우리 아들과 딸이 정확하게 잡아낸다. 그래서 똑 같은 맛이 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단 비슷한 맛을 잃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반세기를 버티긴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렇다. 물론 맛도 중요하지만 서비스도 중요하다. 손님이 식당에 가는 이유는 맛이 있어서도 있지만 편안하고 기분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우리는 편안하고 푸근한 매장 분위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손님은 작은 것에 감동한다. 나도 다른 식당에 손님으로 갔을 때 아무것도 아니지만 사소한 것 까지 챙겨주면 굉장히 감동한다. 그게 사소해 보이지만 효과는 크다. 그래서 나는 똑 같은 조건이면 편안함, 푸근함이 있는 가게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 본인도 어깨너머로 많이 배웠을 것인데 굳이 공부를 하러 다니는 이유는 뭔가?
너무 몰랐으니까(웃음). 물론 가게 안에 성공의 비결이 있다. 그런데 가게 밖에서도 성공의 비결은 많다. 이것을 배우는 것이 필요했다.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분들에게 배워서 우리 가게에 반영하면 효과가 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말이 좋아 배운다는 것이지 다른 분들이 시간을 투자해서 얻은 노하우와 시행착오를 내가 뺏어 오는 것이다. 어쨌든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 인기메뉴 중 하나가 낙지다. 그런데 산낙지는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나?
맞다. 그래서 한숨소리만 나온다. 낙지는 해본사람들이면 그 이유를 안다. 다른 메뉴도 그렇겠지만 산낙지의 경우 가격 변동 폭이 매우 크다. 산낙지 가격이 적당할 때는 우리도 팔면 조금이라도 이윤이 남는데 가격이 치솟을 때는 팔수록 적자가 된다. 구하기도 힘들고.
하지만 어쨌든 낙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마진에 상관없이 낙지를 계속하고 있다. 물론 낙지 때문에 적자가 발생하겠지만 멀리 보고, 길게 봐서 우리를 계속 찾아줄 손님들이기에 미래를 보고 장사하는 것이 맞다 생각한다.
■ 직원들 분위기가 너무 좋다. 심지어 직원 회식도 가게에서 공짜로 한다는데 그러면 손해 아닌가?
그건 우리가게의 장점이다. 직원들은 집에 있는 시간보다 우리 가게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하루 24시간 중 우리가게에서 인생을 바치고 있는데 그것이 얼마나 한다고 못하겠나? 외부에서 따로 술을 먹으면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가게에 음식도 있고 술도 있는데 힘들게 모은 돈을 쓸 필요가 있겠나? 나는 직원들이 가게에서 술도 한잔 하고 서로 이야기도 하면서 친목도모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를 통해 서로 격려도 하고 오해도 풀고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가게는 오랫동안 일하는 직원이 많고 그들끼리 아주 친하다.
물론 우리 직원도 눈치가 있다. 회식이라고 해서 모든 걸 소진해버리고 낭비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믿어주는 것. 다음날 가게 영업에 방해되지 않을 선에서 직원들이 얼마든지 먹어도 된다는 것이 내 신조다.
■ 누군가 식당을 시작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공부다. 무조건 공부를 먼저 하고 식당을 시작해야 된다. 음식 공부라는 게 꼭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소상공인협회나 중소기업청이나 창업자 센터 이런 곳에 가면 얼마든지 무료 프로그램이 있다. 시중 서점에 관련된 책도 얼마나 많나? 공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여건이 된다면 컨설팅도 받고 시작하면 더욱 좋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자신감으로 막연한 기대로 올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의 평가
역전회관이 정상에 계속 있을 수 있던 이유는 믿음직한 며느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솜씨 있고 듬직한 며느리들이 아들과 함께 대를 이어 역전회관을 지켜주었다. 김도영 대표의 경우는 선대가 남긴 전통의 색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규모와 매출을 올린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용산 앞 작은 식당에서 마포의 역세권 빌딩으로 키운 건 김도영 대표의 배움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한국형 장사의 신 취재진이 전하는 ‘역전회관’ 성공 비법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그것을 뒤에서 받쳐 주는 화목함이 연전회관의 최고 무기다. 2대, 3대째 가면서 다른 장사, 다른 메뉴에 대한 욕심이 있지만 그걸 전통의 맛으로 유지하고 화목한 가정과 식당 분위기가 이것을 튼튼하게 만들어 줬다. 좋은 음식을 쓰고 열정 있는 오너와 직원들이 있고 거기에 ‘역전회관’이란 자부심까지 있는데 누가 막을 수 있겠나?
역전회관 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토정로37길 47
진행 –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
취재 – CBS 스마트뉴스팀 김기현 PD, 박기묵 기자
대한민국 직장인은 누구나 사장을 꿈꾼다. 그중에서도 요식업은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대박 성공 확률 1%25. 도대체 요식업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와 취재진이 대한민국에서 요식업으로 성공한 '장사의 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성공 비결을 파헤쳐보려고 한다. 요식업,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