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이씨앤코가 2013년 작성한 내부 문건인 '스마트사업부 매각 제안'에는 매각 방식과 매각 세부 사항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사업부를 팔겠다'는 것을 전제로 중소기업 D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증거다.
이 문서는 실질적인 관리책임과 이익을 넘기는 '일괄하도급 계약' 형식으로 사업부를 매각한다고 쓰고 있다. 하자보수 업무 등 티이씨앤코의 책임을 D사에 넘기는 대신 기존 수주현장과 금형, 계측기, 재고, 산업재산권 등을 "대가로 양도한다"고도 밝히고 있다. 실제로 티이씨앤코는 내부문건에 담긴 내용대로 2014년 3월 중소기업 D사와 계약 합의서를 체결했다.
문제는 합의에 따라 D사가 인력을 넘겨받고 비용을 들여 하자보수 업무를 거의 완료한 6월쯤 불거지기 시작했다.
티이씨앤코의 자산이 D사에 이전돼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자, 티이씨앤코는 하자보수가 제대로 완료되지 않았다며 합의서를 이행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으로 돌변했다. 심지어 공사대금조차 주지 않았다.
◈ 관계당국에 진정내자 협상재개…그러나 다시 돌변
떠넘겨진 사업에 비용만 들이고 대가는 받지 못한 D사는 금감원과 공정위에 진정서를 냈고 티이씨앤코의 횡포는 CBS를 통해 보도됐다. 그러자 티이씨앤코는 지난 달 25일 D사 관계자와 만나 공사대금 지급과 자산이전 논의를 약속했다. 단, D사가 관계당국에 낸 민원을 취하하고 앞으로도 민원을 제기하면 안된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렇게 D사가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티이씨앤코는 그로부터 일주일도 되지 않아 "전체 합의가 결렬됐다"며 입장을 바꿨다.
민원 취하 전에 공사대금부터 지급해야 한다는 D사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이유다. D사가 의견을 냈다고 협의 자체를 아예 없던 것으로 만든 것이다. 티이씨앤코 전민호 상무는 "민원취하와 공사대금 지급의 선후관계가 협상 핵심"이라고 말했다.
관련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금감원은 명백한 양수도 계약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법적으로 영업양수도에 해당하는지는 사법기관의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발을 뺐다. 공정위는 티이씨앤코가 지급하지 않은 공사대금에 대해서만 조정에 나서고 있다.
◈ 금감원·공정위 뒷짐…중소기업은 한계상황
D사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가 이렇게 중소기업을 착취하고 있는데 관련 당국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티이씨앤코는 우리가 일을 마무리하자 이제 시간끌기를 통해 죽이려는 것"이라며 "우리를 통해 적자를 해소한 뒤 사업부를 다른 곳에 매각하려는 꼼수"라고 말했다.
자금여력이 튼튼하지 못한 중소기업 D사는 티이씨앤코로 인해 묶여버린 돈 때문에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했다.
사실상의 양수도를 하도급으로 포장해 비용과 책임을 중소기업에 떠넘긴 뒤 뒤늦게 말을 바꾸는 대기업의 횡포로 애궂은 한 중소기업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