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의 이미지는 엄숙하다. 단정하고 꼿꼿해 멋져 보이지만 반면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이같은 거리감을 조금씩 좁히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아나운서가 있다.
MBC ''사과나무''의 김성주. 웃음 가득한 얼굴과 경쾌한 말솜씨로 상대에게 청량함을 주는 아나운서 김성주를 만났다.
''''CBS에서 왔다고요? 나 떨어졌었는데…''''
김성주가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갖기까지 걸린 시간은 5년이다. 그는 현재 그가 근무하고있는 MBC를 비롯해, KBS 등에 입사지원해 6전7기 끝에 그의 꿈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는 ''''반드시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단지 시간이 문제일 뿐''''이란 생각으로 계속 도전했다.
''''합격 전이 가장 불안했던 때였어요. 나이 제한은 있고, 일은 마음처럼 안됐으니까요. 일이 어그러지면서 확신이 흔들렸던 때였죠''''
하지만 그는 ''''지금에 와서 보면 시행착오를 겪던 힘들었던 그 시기가 지금의 모습을 만든 것 같다''''며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는다.
![]() |
"뚜렷이 잘하는 게 별로 없어요. 웃는 모습이 좋다고 해서 많이 웃으려고 노력해요"
TV를 통해 그를 만나면, 그는 항상 웃고 있다. 또 라디오 속의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 역시 활짝 웃는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그의 웃음의 비결을 물었다.
''''난 다른 아나운서에 비해 두드러지게 잘 하는 게 별로 없어요. 외모가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고 다만 어디서건 사람들이 날 보면 기분이 좋아졌으면 해요''''
그의 겸손함이 그를 노력하게 만들었고, 지금의 김성주를 있게 한 비결임을 알 수 있다. 또 김성주는 ''''웃는 모습이 좋다고들 해서 많이 웃으려 노력한다''''며 활짝 웃어 보인다. 왠지 ''''기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에겐 타인에 대한 배려가 묻어나온다.
"''사과나무'' 진행하며 제 자신을 뒤돌아보게 됐어요"
그러한 그도 역시 시청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방송인이다. 그래서 ''사과나무''를 촬영할 때 역시 강한 자극을 주는 요소를 넣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써 왔다.
김성주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사과나무'''' 안에 ''''나의 소중한 사과나무''''라는 코너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진다.
이 코너를 촬영할 때, 김성주는 환자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화면에 담기 위해 PD보다 더 욕심을 부렸다. 방송에 대한 욕심으로 사선에서 병마와 싸우는 이들을 대한 것이다.
이제 고인이 된 ''''서옥경''''씨와의 촬영(6회 나의 소중한 사과나무-옥경씨의 선물) 때였다.
당시 서옥경씨는 온몸에 암이 퍼져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 한 상태였다. 그녀는 힘겨운 투병 중이었음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환자들과 간호사들에게까지 웃음을 주는 밝고 씩씩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암 발병 이후 ''''한번도 남편의 생일에 미역국을 끊이지 못했다''''며 다가오는 남편의 생일에 미역국을 끊여주고 싶어 했다.
''''원래 컨셉은 ''서옥경씨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남편이 좋아하는 미역국을 손수 끊여 주는 것이었어요''''
모든 이들을 방송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김성주, 故 서옥경 씨 빈소를 다녀와 ''''왜 방송하나…''''
하지만 서옥경씨의 몸이 너무 아파 미역국을 도저히 끓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컨셉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김성주는 당시 ''''아픈 사람이 직접 미역국을 끊이는 게 더 그림이 좋은데''''란 생각에 원래 의도했던 장면을 연출하지 못한 게 몹시 아쉬웠다고 한다.
방송 후 1개월이 채 못 돼(보름이 조금 지나) ''''서옥경''''씨가 숨졌다.
김성주는 서옥경씨의 빈소에 다녀왔다. 그 때 김성주는 ''''정말 많은 후회''''를 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것인가'''' ''''방송을 왜 하는 가''''라는 회의도 들었다.
''''이때의 큰 후회와 반성을 통해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을 최대한 배려해주는 태도를 갖게 됐다''''고 김성주는 말한다.
![]() |
노회찬 의원과 소설과 김훈의 ''''사과나무''''가 가장 기억에 남아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과 소설가 김훈을 꼽았다.
김성주는 마음을 담아 그들과 방송, 그들로 인한 김성주 자신에 대해 이야기도 전했다.
노회찬 의원의 어머니는 그녀의 아들이 노동운동의 길을 가겠다는 소식에 무척 놀랐다. 그러나 그녀는 아들이 힘든 길을 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걱정함과 동시에, 아들을 위해 노동운동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하기 시작했다.
김성주는 △노회찬 의원이 어머니가 원치 않은 일을 걸어왔기 때문에 의원이 된 지금도 어머니에 대한 죄송스러움을 갖고 있는 점 △그리고 아들을 향한 묵묵한 사랑을 보여주시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소설가 김훈은 김성주가 인터뷰 하기 가장 어려웠던 사람으로 꼽는 인물이다. 그러나 김성주는 그런 김훈을 만난 후 그에 대해 더 매력을 더 느끼게 됐다.
그래서 김훈의 책들을 한 권, 한 권 읽게 됐다. 김성주는 ''''방송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의 만남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 내 재산''''이라고 말한다.
![]() |
"하고 싶은 일 많지만 정치는 ''글쎄요…''''''
애초 김성주의 꿈은 선생님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꿈이었던 선생님은 지금도 해보고 싶은 일이다. 게다가 연기자도 해보고 싶다는 그는 ''''제가 욕심이 많아요''''라며 웃는다.
꼭 진행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퀴즈 프로다. 그는 ''''스포츠 중계와 교양 프로그램의 요소를 모두 갖고 있는 게 퀴즈 프로인 것 같다''''며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대학시절 김성주는 정치학을 전공했다. 방송인들 가운데 정계로 가는 일이 잦아지는 만큼 정치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 방향으로 갈수 있는 기회도 있었죠''''
하지만 김성주는 ''''자신이 정치인을 할 만큼 큰 그릇은 아닌 것 같다''''고 고백(?)한다. 김성주는 "정치가에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대항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는데, 저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넘어갈 때가 많거든요. 저에겐 아나운서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라며 ''''아나운서 천직론''''을 피력한다.
''''그의 진행이 방송을, 방송이 그를 살찌우고 있다.''''
최근 TV와 라디오를 넘나들며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김성주.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를 통해 느낀 점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지난 10월 ''''내 인생의 사과나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의 방송에 대한 사랑을 짐작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성주는 시·청취자들의 격려에 늘 보람을 느끼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 ''''방송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기를 낳은 이후 처음으로 방송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체력적인 한계 때문이라기 보다 아빠된 도리를 하고 싶다''''며 ''''봄 개편 때 즈음엔 방송을 줄여볼까 생각 중'''' 이란다.
그의 프로그램은 재밌다. 그리고 따뜻한 정이 있다. 쾌활한 그의 말씨와 환한 웃음은 시청자들에게 박하사탕 같은 청량감을 준다.
웃음을 한가득 담은 얼굴로 언제나 시청자들을 맞이할 그의 활약을 계속 기대해 본다.
노컷뉴스 이기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