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박모(55)씨는 1일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20회 공판에서 "피해자 가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을 받고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박씨는 "뇌성마비로 지체장애 3급인 자식이 있다"며 "(내가 구조돼) 나중에 병원 가서 보니 전원 구조했다는 소식이 들려 안도했는데….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생각해도 자녀가 죽은 부모의 심정이 오죽했겠나 싶다. 변명하고 싶지도 않고 천벌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신문을 잠시 중단하고 교도관에게 박씨를 진정시키도록 했다.
박씨는 세월호 3층 갑판에서 기관부 선원들과 모여 해경 구조를 기다리면서 캔맥주를 마셨으며 다친 조리부 승무원을 외면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샀다. 담배를 피웠다는 일부 증언도 나왔지만, 박씨는 흡연 사실은 부인했다.
"캔 맥주를 마신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느냐"고 변호사가 묻자 박씨는 "나 자신도 용납이 안 된다"며 "제 정신이라면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다"고 답변했다.
박씨는 "죽을죄를 졌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하고, 기관장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해 기관부 승무원들이 법정에 서게 됐다며 동료에 대한 선처를 바랐다.
그러나 사고 당시 너무 당황하고 평소 훈련을 받지 못해 승객들을 구조하지 못했다며 기존 변명을 반복하거나 일부 민감한 사실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사고 이후 밤잠을 설쳤다"는 박씨의 증언에 검사는 "어떻게든지 책임을 피해보려고 궁리하느라 잠을 설친 것 아니냐"며 진정성을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