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세력이 서방국 무슬림 여학생을 대상으로 포섭활동을 강화하면서 시리아와 이라크 내전에 가담하는 10대 여학생들이 늘고 있으며 그 수는 수백 명에 이른다고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전했다.
이들 여학생은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포섭돼 무슬림 전사의 배우자가 되겠다는 생각에 전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강제결혼이나 성폭력, 강제노동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의사를 꿈꿨던 남프랑스 아비뇽의 15살 소녀 노라 엘바티는 지난 1월 학교에 간다고 집을 나와 파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파리에서는 휴대전화를 바꾸고 터키 이스탄불로 갔다가 다시 시리아 국경지대를 거쳐 급진무장 단체인 이슬람국가(IS) 조직에 합류했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행방을 추적하던 가족은 그녀가 별도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슬람 무장단체 모집책과 접촉했으며 시리아행을 희망한 사실을 알아냈다.
노라는 사흘 후 자신은 알레포에 있으며 계속 머물 것이라고 알려왔다. 그러고서는 프랑스어와 아랍어를 쓰는 남성 2명이 노라와의 결혼을 승낙해달라는 전화를 걸어온 일도 있었다.
예비역 군인인 큰 오빠는 여동생을 찾으려고 터키 국경까지 쫓아갔지만 시리아에 들어갈 방도를 찾지 못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가족들은 노라가 시리아에 스스로 갔더라도 세뇌 공작에 희생된 결과라며 관련 조직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서방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럽과 북미, 호주 등 지역 출신의 지하드(이슬람 성전) 지원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10%에 이르며 14~15세 미성년 여학생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는 13세 여학생 등 소녀 4명이 인터넷으로 만난 이슬람 지하디스트와 결혼하겠다며 가출한 사례도 있었다.
이날 영국에서는 브리스톨과 런던에서 최근 각각 가출하고서 실종됐던 15세와 17세 무슬림 여학생이 시리아 급진단체 합류를 위해 출국한 정황이 제기돼 관계 당국이 추적에 나섰다.
영국 테러대응 전문가들은 IS에 합류한 영국인 여성 청소년은 50명 정도로 대부분 IS의 근거지인 시리아 락까에 머무는 것으로 분석했다.
루이 카프리올리 전 프랑스 보안국장은 "이슬람 지하드에 가담하는 서방국 10대 여성들은 무슬림 남성전사를 돕는다는 생각에 배우자를 자원하고 있으며, 남편이 전사하면 순교자의 아내로 대접받는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등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는 어린 소녀들에게 지하드 모집책이 접근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모집책들은 무슬림 소녀들에게 지하드 참가를 독려하며 금전적 지원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등에서 활동하는 서방출신 여성 대원들은 페이스북에 소총을 든 모습이나 참수 희생자의 신체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음식과 식당, 풍경 등을 담은 사진으로 소녀들을 유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 국제전략관계연구소의 카림 파크자드는 "무슬림 소녀들이 존경받고 중요한 일을 한다는 생각에 지하드에 가담하고 있으며 일부는 참수 영상을 보면서도 모험에 대한 환상을 갖기도 한다"고 밝혔다.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은 이와 관련 이날 전당대회 연설에서 11월부터 테러방지법을 강화해 급진세력의 무슬림 청소년 이념화 교육을 엄단하고 테러조직 가담 용의자의 국외여행을 철저히 막겠다고 밝혔다.
메이 장관은 또 극단주의 단체와 급진주의자 엄단을 위해 관계 당국의 단속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총선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