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의 우정 대결, 이번에도 김광민이 웃었다

지난해 동아시안컵 이어 이번에도 1-2 패

25년의 우정을 이어온 윤덕여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왼쪽)과 김광민 북한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의 맞대결은 이번에도 김광민 감독의 승리로 끝났다. 윤성호기자
무려 25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남북 사령탑의 우정. 그 둘의 맞대결은 이번에도 김광민 북한 감독의 승리였다.

한국과 북한의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축구 4강 맞대결이 펼쳐진 29일 인천 문학경기장. 경기 전부터 많은 비가 내린 탓에 경기장을 찾은 축구 팬은 7532명으로 생각보다 적었다. 하지만 ‘남북대결’이 펼쳐진 그라운드는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산정하는 여자축구 세계랭킹에서 11위(북한)와 17위(한국)로 상위권에 자리한 양 팀의 맞대결. 경기는 준결승이었지만 남과 북의 특별한 상황 때문에 경기는 결승전 이상으로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이 경기는 두 팀을 이끄는 두 감독의 오랜 인연 덕에 더욱 특별한 경기였다. 지난 1989년부터 2년간 무려 4차례나 적으로 만나 싸우며 우정을 나눴던 이들은 어느덧 자국의 여자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지도자가 되어 정면대결을 펼쳤다.


한국이 북한을 상대로 1승1무12패의 일방적인 열세를 기록하는 가운데 윤덕여 감독도 김광민 감독과 맞대결에서 1패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7월 한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당시 1-2로 북한에 패했던 기억이 있다.

1년여 만에 다시 한 번 만난 두 감독은 경기 시작부터 치열한 장외 대결을 펼쳤다. 두 감독 모두 정장 차림으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이내 둘의 옷차림은 달라졌다. 전반 12분 프리킥 상황에서 정설빈(현대제철)이 무회전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자 북한의 김광민 감독이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 벤치에 던져버리고 반소매 셔츠 차림으로 선수들을 격렬하게 지휘했다.

개인기와 힘에서 한 수 위인 북한은 두 차례나 슈팅이 골대에 맞고 나오는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였고, 결국 전반 36분 리예경이 동점골을 뽑았다. 김광민 감독은 그제야 벗어뒀던 외투를 다시 챙겨 입었다. 종일 흐린 날씨 탓에 기온이 상당히 쌀쌀했던 만큼 흥분이 가라앉자 자연스레 외투를 찾았다.

후반 경기가 시작되자 김광민 감독은 다시 외투를 벗어 던지고 열정적인 지도에 나섰다. 정장 차림으로 전반부터 벤치에 앉지 않고 그라운드의 선수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한 윤덕여 여자축구대표팀 감독과 팽팽한 장외 대결이 계속됐다. 두 감독은 좀처럼 자리에 앉지 않은 채 나란히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결국 승부가 갈린 것은 후반 추가시간. 허은별의 결승골이 터지자 김광민 감독은 벤치에 앉아있던 코칭스태프와 어깨동무를 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윤덕여 감독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그저 선수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실점 후 곧바로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윤덕여 감독은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선수들을 한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아쉽게 패한 선수들을 향해 조용히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는 북한의 벤치를 찾아가 김광민 감독과 포옹을 나누며 친구의 승리를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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