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고호석 (부산 거성중 교사, 부림사건 피해자)
지난해 영화 변호인의 소재로 쓰이면서 1,000만 관객을 모았고요. 전 국민의 조명을 받았던 사건이 하나 있죠. 바로 전두환 정권시절 자행된 부림사건. 부산에서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등 22명이 영장 없이 체포돼서 20일 동안 온갖 고문을 받은 사건입니다. 그리고 허위자백을 하라고 종용을 받죠. 나는 국가전복을 꾀하면서 이적물을 읽었다 이런 것입니다. 결국 이들 가운데 19명은 국보법 위반 혐의로 복역을 하는데요. 이들 중 재심을 청구한 5명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그중에 한 분 연결해서 잠깐 소감을 직접 듣고 가죠. 지금 거성중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계세요. 고호석 선생님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고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정의 뉴스쇼 전체듣기]
◆ 고호석>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33년 만이네요. 기분이 어떻습니까?
◆ 고호석> 일단은 좀 시원하죠. 그리고 참 기분이 좋고요. 그러나 또 복잡하고 착잡한 느낌도 많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냥 간단한 문제가 아니니까요.
◇ 김현정> 33년 전 그 당시에 고 선생님은 뭘 하던 분이셨어요?
◆ 고호석> 전 교사하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때도 교사셨군요. 선생님도 책 읽다가 그렇게 되신 거죠? 독서모임 가서...
◆ 고호석> 네네
◇ 김현정> 며칠 동안 구금되신 거예요?
◆ 고호석> 저 같은 경우는 37일, 만으로는 36일 정도 되는데... 오래 있었던 사람은 한 60일 정도까지 구금되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30일이 넘게. 영화를 보면 그 불법구금 기간동안 당한 갖은 고문들이 생생하게 묘사가 되는데 고 선생님도 그런 고문들 다 당하신 겁니까?
◆ 고호석> 네. 주로 제일 심한 건 끊임없는 폭행이고요. 계속해서 2명 와서, 5명 와서, 3명 와서 계속 "이렇게 써" (라고 하고)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계속 때리고... 하는 폭행이 제일 심했고요, 집단구타죠. 그다음에 통닭구이라고 해서 거꾸로 막 매달고, 사람들에 따라서는 물고문도 일부 당하고...
◇ 김현정> 쓰라는 대로 그대로 토씨까지 똑같이 적어야 됩니까?
◆ 고호석> 그러니까 처음에는 '무조건 써' 이렇게 하고 저희들을 막 두들겨패요. 그러니까 저희들이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자존심, 나의 안전 이런 걸 모두 포기할 때까지는 자기들이 다 요구하는 대로 할 정도가 돼야 좀 덜 때리죠. 그러나 걸핏하면 (종이를) 가져와서 '다른 사람은 이렇게 썼는데 왜 넌 안 써' 이러면서 픽 한잔 집어던져주고, 거의 그대로 막 보고 쓰게 하고 받아쓰게 하고 이렇게까지도 하죠.
◇ 김현정> 그 공포의 시간들... 혹시 33년이나 지났지만 지금도 문득문득 떠오르고 꿈에 나타나고 하는 후유증이 있습니까, 정신적으로?
◆ 고호석> 그 당시 한 10년간은 거의 매일 자면 잡으러 오고 얻어맞고 있고 고문실에 가 있고 거의 매일 그랬어요. 그런데 세월이 점점 지나니까 그런 게 이제 뜸해지긴 하지만, 하지만 아직도 제가 뭐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경찰이 잡으러오는 거예요, 꿈에.
◇ 김현정> 악몽을 꿨다 하면 지금도 경찰이 잡으러 오는 꿈 꾸세요?
◆ 고호석> 그렇죠. 그리고 어느 날 보면 대공분실 같은 데 잡혀있는 꿈도 꾸고 이런 일들이 계속 있는 거죠. 그러니까 저희들 자신은 잘 못느껴도 옆에서 보면 저 사람이 울화가 좀 있다, 그런 얘기를 좀 해요. 화병이죠, 일종의.
◇ 김현정> 33년이나 지났는데도 지금도... 이제 무죄 판결 받으셨으니까 그 울화가 좀 씻겨내려가야 할 텐데 말입니다.
◆ 고호석> 그러게요. 이제 기분은 많이 개운해졌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고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를 맡아서 더 화제가 됐던 그런 사건이기도 한데 기억나세요, 그 변호 장면?
◆ 고호석> 그럼요.
◇ 김현정> 어떤 모습, 어떤 장면이 기억나세요?
◆ 고호석> 제일 기억이 많이 나는 건 이분이 교도소로 면회를 와서 저희들하고 막 얘기를 하면서 '어떻게 대한민국의 법치 체제하에서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냐‘ 그렇게 하신 너무나 어이없어 하고 절망하고 했던 그 모습, 그다음에는 법정에서 우리보다 더 흥분해서 오히려 아주 격하게 변론을 하다가 재판장으로부터 제지당하고 그리고 절망스러워하는 그런 모습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나죠.
◇ 김현정> 살아 계셨다면 그분도 이 판결 보고 좋아하셨을 텐데...
◆ 고호석> 표정이 좀 상상이 됩니다. 아주 좋아하셨겠죠.
◇ 김현정> 이렇게 해서 5명에 대해서는 무죄, 재심 판결이 났습니다만 이게 끝인가요, 앞으로 혹시 어떤 계획을 더 가지고 계십니까?
◆ 고호석> 일단 우선 남은 14분들 하고 한 번 모여서 나머지 분들도 이 문제를 정리를 해야죠. 이건 뭐 개인의 인생을 정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국 현대사에서 꽤 중요한 사건이고 한국 민주주의에 또 한 획을 긋는 사건이기 때문에 다 나머지 분들도 저희들처럼 다 정리하도록 하는데 저희들이 한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게 우선이죠, 급하죠.
◇ 김현정> 그런 계획들도 가지고 계시군요, 이제 두 다리 쭉 뻗고 주무시기 바랍니다.
◆ 고호석>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죠. 33년 만에 무죄 판결 받았습니다. 부림 사건의 희생자 고호석 씨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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