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헛구호 그친 '아동성폭력과 전쟁'
② 초등학교 운동장은 성폭력 위험지대
③ '빈 수레'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지난 23일 새벽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발생한 대학생의 5학년 여아 성폭행 사건은 4년 전 김수철 사건과 꼭 닮았다.
방과 후에 운동장에서 여자아이를 납치, 유인해 성폭행한 것은 물론 당시 학교 주변에 이를 제지할 경비원이 없었던 것도 유사하다.
앞서 올해 6월에도 전남 영암의 한 초등학교에서 60대 남성이 여아 4명을 학교 후미진 곳으로 데려가 성추행하고 휴대전화로 나체 사진을 찍은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과 교육 당국은 '김수철 사건' 이후 순찰을 강화하고 학교 출입 제한을 엄격히 적용하는 등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성범죄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한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성범죄특별수사대를 발족시키고 재범 우려자 성범죄 지도를 제작하기도 했다.
또, 아동 성범죄 발생 사건에 출동한 경찰관 실적 점수를 다른 사건 출동보다 상향 조정하는 유인책도 발표했다.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은 "앞으로 아동성폭력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일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강희락 청장은 전국 지휘관 회의를 열고 아동성폭력 사건을 다른 업무보다 우선에 두고 지휘관이 직접 수사를 관리하도록 특별지시까지 내렸다.
하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08년 1,207건이었던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는 2010년 1,179건, 2012년 1,086건, 그리고 올해 8월 현재 725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찰총수가 '아동성폭력과 전쟁'까지 선포했지만, 경찰 활동은 사건 발생 이후 범인 검거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동성폭력 추방을 위한 시민 모임 '발자국'의 이가온 감사는 "학교 주변에 수상한 사람을 신고해도 일선 경찰에서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관심이 없다"며 "아이들이 성폭행을 당하거나 다쳐야 조사에 나서는 것은 경찰의 전형적인 업무태만"이라고 비판했다.
이가온 감사는 또 "가정과 학교, 정부 차원의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정책이 제대로 됐다고 얘기할 수있는데 지금은 예방 활동이 전혀 가동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