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이른바 '대선잠룡'들을 등장시켜 흥행을 이어가려 했지만, 당내반발로 브레이크가 걸렸고 야당은 한발 늦게 원혜영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등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혁신다툼을 벌이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은 지난 25일, 나경원 의원과 문화미래포럼 대표인 소설가 복거일씨,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의 문진국 전국 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서경교 한국 외국어대 사회과학대 학장을 추가 혁신위원으로 발표했다.
또 KT 부사장 출신의 송정희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회장과 김정미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위원회 위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위원장은 홍, 원 두 지사를 혁신위원에 포함시키려 했지만,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이 "혁신위가 대선주자들의 놀이터냐는 비아냥이 들린다"면서 제동을 건 이후 자문위원으로 봉합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내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기록 중인 김무성 대표가 강력한 대권 예비주자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영입하고 여기에 역시 잠룡으로 통하는 홍준표, 원희룡 두 지사를 끌어들이려 했지만, 당내 반발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김문수 위원장을 포함해 당 내부인사 12명과 외부인사 6명 등 18명의 혁신위원회 인선을 사실상 마치고 이번 주 첫 회의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새누리당 보수혁신 특별위원회는 보수혁신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의지 표현"이라면서 "관행과 질서를 과감히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보수혁신 특별위원회는 불체포 특권 등 이른바 특권 내려놓기와 오픈프라이머리로 대표되는 상향식 공천제, 정치문화 개혁방안 등을 논의하게 된다.
또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위원장이 개헌론에 대해서는 다룰 때가 아니라며 선을 긋기는 했지만, 당 최고 중진연석회의에서 중진 의원들 여럿이 개헌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 만큼 의제에 들어갈 수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번 대선이 끝나고 나서 비대위가 구성되고 당시 정치혁신특위가 운영됐을때 (원 위원장이) 외부 교수와 당내 인사를 조율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며 "실천 가능한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깊이 개입했기 때문에 (위원장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8대 대선 직후 이른바 1기 문희상 비대위 체제에서 정치혁신 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원 위원장은 주로 소장파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나머지 위원들에 대해서는 원혜영 위원장이 비대위와 논의해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는 선거구제 개편과 국회개혁, 오픈프라이머리, 개헌 문제 등에 대한 혁신과제를 다뤄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정애 대변인은 "예전에 몇 차례에 걸쳐 완성된 것이 있다. 이것을 중심으로 빠르게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해서 실질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 일정상 순차적으로 빨리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하고 전체적으로 스크린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혁신위의 과제를 설명했다.
정기국회 개회 후에도 한 달째 국회 파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야 모두 이렇게 혁신카드를 들고 나오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양당이 서로 복수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국민들이 좋아하는 혁신카드를 내놓으면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당내의 역학관계에도 영향을 주려는 두 종류의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로서는 자신이 당 대표 당선 직후 밝혔던 혁신위를 띄움으로써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당내 친박 주류들을 견제할 좋은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혁신위에 비 박근혜계 인사들을 주로 포진시킴으로써 혁신을 명분으로 당을 장악하고 친박 주류들을 견제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당내 친박 주류들로서는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친박계 중진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포용의 정치를 해야 하는데 이번 혁신위 구성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각 계파 수장들로 비대위를 구성함으로써 계파 수장들이 스스로 전당대회 룰을 관리하는 형국이 됐다.
이런 비대위가 혁신의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운 게 실상이기 때문에 국회가 공전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혁신'이라는 아이콘을 내세움으로써 국민들에게 뭔가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는 필요성의 발로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