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세계안보를 위협하는 '외국인 테러 전투원'을 막기 위한 국제공조,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공동 노력,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협력 등이 이번 유엔 총회를 통해 국제사회가 합의한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과 안보리 연설 등을 통해 유엔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 대통령, 첫 안보리 연설…외교 영향력 키워
박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을 전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글로벌 외교무대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관심이 높은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해 국제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22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늦게 뉴욕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곧바로 반 총장과의 간담회, 반 총장 초청 비공식 만찬에 참가했고 다음날에는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120여개국 지도자가 참석한 기후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해 주목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다음 날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 7번째이자 이번 총회 연설 순서로도 7번째로 유엔총회 연설대에 서서 북한의 변화 필요성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사과를 에둘러 요구했으며 유엔이 인류 공동의 가치를 지켜나가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안보리 정상회의에 참석해 외국인테러 전투원을 방지하기 위한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안보리에서 연설한 것은 처음이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우리나라의 외교력을 넓히는 데 이바지했다.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국가의 외교수장들과 만나 우리나라의 이익과 국제사회의 발전을 위한 협상을 이어갔다.
◇북한 인권 국제사회 '핫 이슈'로 부상
이번 총회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국제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미국인 억류 문제 등으로 북한과 불편한 관계에 놓인 미국은 유엔 총회의 회원국 대표 연설 일정이 시작되기 바로 전날 북한 인권 고위급회의를 주재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주제로 주요 국가의 장관들이 한자리에 앉은 것은 처음으로 북한에는 큰 부담이 됐다.
북한이 이 회의에 참석하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것만 봐도 북한이 얼마나 예민하게 받아들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이 주재한 이 회의에는 한국의 윤 외교장관,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호주의 줄리 비숍 외무장관 외에도 제이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한 공유가 이뤄졌다. 구속력 있는 공동대응책이 나온 자리는 아니었지만, 국제 사회가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날 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유엔총회에서 대북 인권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초안을 작성 중이며 앞으로 50여개국의 문안 수정작업을 거쳐 11월께 유엔총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례적으로 적극적 외교전 펴는 북한
북한이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치는 모습도 많이 목격됐다.
우선 15년 만에 처음으로 장관급을 유엔총회 연설장에 보낸 것부터가 시선을 끌었다. 유엔총회 연설자의 대부분이 최소 장관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별스러운 것도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보인 행보와는 차이가 있었다.
북한 리수용 외무상은 뉴욕으로 오기에 앞서 이란 등을 순방하는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과시했다.
뉴욕에 와서도 그는 숨어 있지만은 않았다. 유엔 총회 첫날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도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했다.
또 리 외무상은 뉴욕에 터를 잡은 친북 교포단체의 오찬 및 음악회 초청도 받아들였다.
리 외무상의 적극적인 행보는 북한 인권과 관련해 목소리를 키우는 것으로 연결되고 있다.
미국이 주재한 북한 인권 고위급회의에 참석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을 뿐만 아니라 회의가 끝나고서는 북한 유엔대표부 이름의 공보문을 통해 "미국의 모략극"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테러조직, 외국인 전투원 충원 어려워져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극성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도 귀중한 성과다.
안보리는 외국인들이 국경을 넘어 시리아 등으로 들어가 테러단체에 가입,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안건을 상정했고 안보리 이사국들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른바 '외국인 테러 전투원'(Foreign Terrorist Fighters)에 대응하는 내용이다.
즉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진 전투원들이 이라크, 시리아 등으로 넘어가 이슬람테러단체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197개 회원국이 법을 정비하자는 것이다.
각 국가가 관련 법을 정비해 테러리스트들의 여행정보를 공유하고 국경통과를 시도하는 테러리스트를 처벌하게 되면 극단주의 단체의 외부수혈이 힘들어지게 된다. 미국의 추산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에 참가하고 있는 외국인 테러 전투원은 80여개국, 1만5천명에 이르며 이들로 인해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돌파구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에 총력전 펴기로
3천명에 육박하는 사망자를 낸 에볼라 바이러스에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반성과 함께 조속한 퇴치에 나서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우선 총회 개막 이틀 뒤인 18일 유엔은 안보리 긴급회의를 열고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서부 아프리카에서 사상 유례없이 퍼지는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평화와 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국제사회가 긴급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안보리가 의료·건강 관련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2000년과 2011년에 에이즈 확산 방지를 위한 결의안 채택 이후 세 번째로, 유엔이 에볼라 바이러스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반 총장은 안보리 결의안을 이끌어낸 데 그치지 않고 25일 긴급 고위급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반 총장은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보건유지군'을 창설한 이유를 설명하고 국제사회가 에볼라 통제 노력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회의에 참석한 대표들은 국제사회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더 많은 지원을 요청했다.
또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단결을 외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