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의장은 이날 친정인 새누리당의 요구로 열린 단독 본회의에서 아무 안건도 처리하지 않은 채 9분 만에 산회를 선포했다. 정 의장은 "본회의를 며칠만 연기해 달라는 야당 요청의 진정성을 믿고 의사 일정을 변경해 30일 본회의를 재소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즉각 반발했다.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완구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무성 대표의 반려로 가까스로 사태가 수습됐으나 새누리당이 느낀 '배신감'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의총에서는 정 의장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으며 결국 정 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일부에서는 세월호특별법 협상의 중단 주장까지 나왔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가 30일에 정상화되면 나머지 의사일정을 협의해 나가겠다. 지금 현재는 (새정치연합 지도부와 만날) 아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주말 동안 야당을 만나냐'고 거듭 물었으나 김 수석은 "30일에 국회가 정상화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만 답하며 사실상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나흘의 말미를 얻은 새정치연합은 정 의장의 결정을 크게 환영했다. 김영근 대변인은 "국회의장이 중심을 잡고 국회선진화법에 반하는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일단 주말 사이 세월호특별법 협상 타결에 총력을 기울인 뒤 국회 정상화 모색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계속해서 이완구 원내대표 측에 연락을 해서 세월호 협상도 마무리하고 동시에 국회 정상화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하자고 말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새누리당 측에서 30일까지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도 강력 반발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협상 안 하면 막 가자는 거냐. 세월호를 포기하자는 것이냐. 그렇게 하면 통치만 하겠다는 것이고 정치는 없어지면서 이판사판이 된다"면서 "공당인데 여당으로서 책임있게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정국 경색이 더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국정 운영의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결국 협상테이블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 국회파행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느끼고 있고, 유가족이 수사기소권을 사실상 양보한 데다 국회의장이 제시한 마지노선 등의 요인이 작용해 '세월호 정국'이 해법을 찾아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관점에서 새누리당의 '초강수'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만간 재개될 협상에서 새누리당이 어떤 입장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정의화 의장이 제시한 마지노선이 지날 동안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국회운영은 정상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