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대학평가로 인한 대학 줄 세우기가 대학의 본질을 망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26일 오전 11시 경희대와 동국대, 성공회대, 한양대학교 총학생회가 언론사 대학평가의 진원지인 중앙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사 대학평가 거부를 선언했다.
네 개 대학 총학생회는 선언문에서 "각 대학이 그 대학의 특성과 현황에 따라 고유한 발전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에서 높은 점수를 쳐주는 분야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지표 성장, 순위 상승에 목숨을 건 대학들의 줄서기 피해는 결국 학생들이 감당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언론사 대학평가가 한국 사회 학벌 카르텔을 깨뜨리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20년이 넘게 진행된 중앙일보 대학종합평가가 지금 보여주듯 학벌 카르텔의 지위와 위상은 건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의 특화된 전공이나 분야는 사라지고 오로지 '간판'만 남았다"며 "대학 등록금 3,000만 원을 오직 간판 하나 얻기 위해 들여야 하는 이 사회가 과연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나라인가?"라고 물었다.
이들 총학생회는 다음 주부터 학내 학우들을 직접 만나 대학평가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일반 학우들도 참여하는 '릴레이 선언'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다음 달 11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한양대에서 대학평가와 그에 따른 대학 서열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누구를 위하여 대학은 줄 서는가' 교육포럼도 열기로 했다.
교육평론가 이범 씨와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참석해 강연을 펼치고, '대학평가가 우리 학교에 미치는 영향, 내가 겪은 학벌사회'란 제목의 토론회도 진행된다.
앞서 지난 22일 고려대 총학생회는 "대학평가가 대학 서열화를 부추기고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며 '대학평가 거부 운동'을 공식 선언했다.
또 "언론사가 내세운 평가 지표에 따라 대학들이 학교 운영 정책을 바꾸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주장했다.
서울대와 연세대 학생들도 이 운동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고대 총학생회는 대학평가 거부 운동의 하나로 학생들이 원하는 평가를 스스로 제언하는 '대학평가 바로잡기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