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갈등 유발자인 악역이 시들하면 드라마 역시 힘을 잃는다. 때문에 오히려 주인공보다 악역의 완성도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가 좌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욕(?) 먹는 악역의 모범 답안 배우들을 모아봤다.
배우 이유리는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로 '국민 악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유리는 '왔다! 장보리'에서 장보리(오연서 분)와 정면으로 대치하는 연민정 역을 맡았다. 극 중 연민정은 자신의 부와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연민정의 악행은 가난한 어린 시절 때문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비상식적이고 기상천외하다. 뻔뻔한 거짓말은 기본이요, 자신의 거짓말을 덮으려 살인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 부와 성공을 얻고자 친모에 남편, 친딸까지 버렸지만 일말의 죄책감조차 없다.
화룡점정은 연민정이 이 같은 악행을 저지르고도 끝없는 자기 연민과 합리화를 한다는 것. 남자 배우들과 몸싸움까지 불사하는 이유리의 실감 나는 연기가 더해져 연민정은 악녀의 완성판으로 거듭났다.
이렇다 보니, 시청자들이 희대의 악녀 연민정의 몰락을 보기 위해 드라마를 시청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유리 이전에 '국민 악녀'로 군림했던 이는 바로 배우 수애다.
수애는 지난해 SBS '야왕'에 출연해 야망 넘치는 악녀 주다해 역을 맡았다. 주다해 캐릭터 역시 연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다해는 가난했던 시절,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남자와 친딸을 버리고 신분 상승을 위해 재벌집 며느리가 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자 대통령 후보와 손을 잡고 영부인 자리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주다해는 남편을 살인하고, 청부살인을 하는 등 연민정보다 더한 악행을 저지른다. 눈물조차 철저히 계산하고, 친딸과 남편이 죽어도 아파하지 않는 주다해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기 충분했다.
착한 이미지의 수애는 독하면서도 우아한 연기로 주다해 캐릭터를 잘 소화해 냈다. 특히 결말을 향해 갈수록 더욱 광기 어린 연기를 선보여 뜨거운 화제가 됐다.
배우 정보석도 SBS '자이언트'를 통해 신들린 악역 연기로 재조명 받았다.
그는 지난 2009년 '자이언트'에서 권력형 야심가 조필연 역을 연기했다. 본래 군인 출신인 조필연은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서의 성공을 꿈꾼다.
연민정과 주다해가 자식을 버렸다면 조필연은 권력 확장을 위해 자신의 아들까지도 이용하는 냉혈한이다. 성공에 눈이 먼 그는 온갖 비리는 물론이고,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기 자신을 온화한 아버지, 청렴한 국회의원으로 포장하는데 능하다. 심지어 아들까지도 그의 교활한 계략에 넘어가 사랑하는 이를 잃고 만다.
당시 정보석의 연기는 눈빛부터 말투까지 조필연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유의 독기 서린 눈빛, 비열한 입꼬리 등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떠올랐다.
그 해 연기 대상의 가장 강력한 수상자로 거론될 정도였지만 아쉽게 상을 놓쳐 많은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