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는 초등학교 자녀 한명을 양육하고 있는 30대 여성이었다. 혼인 후 생활이 순탄하지 않아 곧 이혼을 하였고 홀로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워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어 경제적 지원을 받기를 원하였다. 그러나 수급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전남편에게 여러 서류들이 전달되거나 연락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전남편과는 만나기도 싫고 자신에 대한 서류들이 전달되는 것도 싫으니 다른 방법이 없겠느냐는 상담이었다.
외국영화를 보면 이혼한 남편과 만나거나 심지어 현 남편과 전남편이 함께 만나는 장면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외국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이혼하는 경우 전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 연락이 거의 두절되거나 연락이 되어도 서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혼 후에 전 남편에게 연락하는 것을 상당히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왜 국가는 경제적 지원을 내세워 개인에게 이혼 후에도 전 남편과의 인연을 끊지 못하도록 하는 것일까.
◈ 전 남편이 능력 있으면 오히려 골치 아픈 국민기초생활 수급권
국가로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서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더라도 부양능력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개인 단위가 아니라 '가구' 단위를 기준으로 운영되는 제도라는 점이다.
상담자의 경우 전 남편이 상담자에 대한 부양의무자가 아니지만, 상담자와 같은 가구를 구성하는 아이에 대해서는 부양의무자가 된다. 그래서 상담자가 가구단위로 지원되는 국민기초생활 수급권의 혜택을 보려면 아이의 부양의무자인 전 남편의 소득, 재산 등 부양능력을 조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연락이 되는 것이다.
내키지 않는 연락으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만일 전 남편이 부양능력이 있으면 수급자 선정이 안 될 수도 있다. 능력 있는 남편과 이혼하는 바람에 수급권 지원에서 탈락하는 것이다. 물론 전 남편이 부양능력이 있더라도 전 남편으로부터의 부양관계가 단절된 것을 증명하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부양관계가 단절된 것을 증명하는 것이 불확실하거나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인권침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면 전 남편에게 양육비를 청구해서 그걸로 생활하면 되지 않냐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에서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이혼 후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양육부모 비율이 35%에 이르며, 지급받더라도 비정기적으로 지급(23.4%)되거나 중단(28.5%)되는 등 양육비 확보가 취약한 이들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혼 후 전 남편이 아이 양육비로 돈이라도 많이 주면 좋겠는데, 돈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 공연히 기초생활수급자로서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 이혼으로 막막…부양의무자 때문에 수급신청에 불이익 받지 않아야
통계청 발표건수에 따르면 2013년에 이혼한 총 건수는 11만 5,300건으로서, 유배우 이혼율은 4.7건(유배우 인구 1,000명당 이혼율)이다. 이는 부부 100쌍 당 1쌍 꼴로 이혼한 셈이다.
이혼의 사정이야 제각기 다르겠지만, 통계상으로 이혼율은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혼으로 인한 양육비 문제로 가뜩이나 생활이 어려운데, 거기다가 전 남편이 아이의 부양의무자라는 이유로 수급자 선정에 있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시대 상황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사회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부양의무자라는 의미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의 전환과 부양의무자에 대한 획기적인 제도 변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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