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은 2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중국과 결승에서 5시간이 넘는 총력전 끝에 3-2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첫 단식에서 손완호(세계 랭킹 7위)가 강적 천룽(2위)를 잡아내며 기선을 제압한 대표팀은 복식 1위 이용대(삼성전기)-유연성이 거침없이 승리해 2-0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이동근(요넥스)과 김사랑-김기정(이상 삼성전기)이 각각 단식과 복식에서 패하면서 2-2로 맞섰다.
하지만 맏형 이현일(MG새마을금고)이 마지막 단식에서 궈환을 2-0으로 가볍게 제압하며 대접전의 종지부를 찍었다. 오후 6시 반에 시작돼 자정을 불과 10여분 남기고 결정된 승리였다. 하마터면 1박2일 경기가 될 뻔한 한판승부였다.
대표팀은 숙적 중국에게 당했던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다.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결승에서 졌던 아쉬움을 훌훌 날렸다.
이와 함께 젊은 피들이 군 문제를 해결하며 선수 생활에 더 전념할 수 있게 됐다. 김사랑(25), 김기정(24), 이동근(24), 전혁진(19, 동의대)가 병역 혜택을 받았고 '늦깎이 군인' 고성현(27, 국군체육부대)도 1년 남짓 남은 복무를 면제받게 됐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군필자와 미필자들의 성적이 엇갈린 점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군필자들은 모두 이겼고, 미필자들은 모두 졌다.
▲손완호-유연성, 당일 전역…이용대-이현일, 군필
손완호(26)와 유연성(28)은 때마침 23일이 전역일이었다. 2년 동안 충실하게 국방의 의무를 졌던 이들은 사실 이날 금메달을 따도 병역 혜택과는 관계가 없었다. 다음 날이면 민간인이 되는 상황.
그러나 한국 배드민턴의 영광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여기에 선후배들을 위한 배려의 힘도 따랐다. 경기 후 손완호는 "오늘 전역일인데 조그만 선물이라도 하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고, 유연성도 "주장으로서 역할을 다 했다"면서 뿌듯하게 웃었다.
이용대(26)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로 이미 혜택을 받은 상황. 그럼에도 이용대는 두 번째 복식 경기를 이긴 뒤 "가장 먼저 (군인이거나 될) 후배들 생각이 났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맏형 이현일(34) 역시 마찬가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이현일은 "12년 전 선배들에게 받은 혜택을 후배들에게 주게 돼서 자랑스럽다"고 미소를 지었다.
미필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실력 차와 긴장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세계 랭킹 34위 이동근은 한때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던 린단(15위)에 당차게 도전했지만 노련함에 밀려 0-2로 졌다.
김기정-김사랑은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차이윈-푸하이펑에게 1-2로 역전패했다. 경기 전 김기정은 "정말 떨려서 오줌이 마려운 줄도 모르겠다"고 긴장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군필자들이 제 실력을 발휘한 셈이다.
일단 미필 선수들은 군필 선후배들에게 큰 선물을 받았다. 보답하는 길은 더욱 실력을 갈고 닦아 대한민국과 배드민턴의 위상을 드높이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