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남진 (과천소방서 중앙119센터 소방위)
지난 토요일 저녁 안양의 한 식당 주방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불은 순식간에 천장으로 옮겨붙어서 위층으로까지 번져갈 조짐이 보이는 그런 상황! 당시 이 식당에는 자그마치 80명이 넘는 손님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손님 중 한 사람이 앞장서서 수십 명의 손님들을 차분히 대피시키고 홀로 주방으로 뛰어들어가서 불을 껐습니다. 이 남성이 아니었다면 상황은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요. 주방으로 홀로 뛰어든 이 용감한 손님, 알고 보니까 현직 소방관이었습니다. 손님으로 왔다가 식당의 대형사고를 막은 건데 이 소방관 어제 하루종일 잔잔한 화제를 뿌렸습니다. 오늘 화제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과천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의 김남진 소방위 연결돼 있습니다. 김남진 소방관님 안녕하세요?
[김현정의 뉴스쇼 전체듣기]
◆ 김남진>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어디 다치신 데는 없고요?
◆ 김남진> 다친 데 없습니다.
◇ 김현정> 80여 명 손님들도 다 괜찮으신 거예요?
◆ 김남진> 네, 다 괜찮습니다.
◇ 김현정> 천만다행입니다. 그러니까 지난 토요일 저녁으로 잠깐 돌아가 보죠. 안양의 그 식당에는 어떻게 가게 되셨어요?
◆ 김남진> 친구 가족끼리 같이 저녁식사 하러 간 상태였습니다.
◇ 김현정> 가족들이랑 외식하러, 가서 식사를 하고 계셨어요?
◆ 김남진> 음식 주문해 놓고 10분 정도 있었을 때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 김현정> 음식 주문해 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뭐가 어떻게 일이 발생한 거죠?
◆ 김남진> 주방쪽에 있는 가스레인지에서 불길이 치솟아서 주방 환기구 다트 안쪽에서 불이 붙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사실 규모가 꽤 큰 횟집 인데다가 손님도 80명이나 앉아 있었기 때문에 불이 난 걸 다른 손님들은 잘 못 봤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김남진 소방관님은 주방 근처에 계셨던 거예요?
◆ 김남진> 제가 제일 안쪽에 있었습니다.
◇ 김현정> 제일 멀리 떨어진 자리?
◆ 김남진> 예, 그런데 주방쪽을 보고 있어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던 거죠.
◇ 김현정> 그런데 딱 소방관의 눈으로 보니까 '이게 가벼운 불이 아니구나' 느낌이 왔습니까?
◆ 김남진> 처음에는 가스레인지에서 불이 났다가 꺼졌습니다. 꺼졌었는데 다시 고개 돌려서 보니까 천장 안에서 불길이 나오고 있더라고요. 심상치 않아서 사람들을 대피시켰습니다.
◇ 김현정> 그때부터 본능적으로 움직이신 거군요? 손님도 우왕좌왕하고 직원들도 우왕좌왕하고. 사실은 그러다가 보통 인명피해가 커지는 건데 어떤 식으로 대피를 시키셨어요?
◆ 김남진> 사람들한테 전부 다 나가라고, 나가라고 소리를 계속 치고...
◇ 김현정> 나가라고? 소방관도 아니고 일반 손님이 그렇게 소리치는데 다들 차분하게 움직였습니까?
◆ 김남진> 처음에 일반인 복장이기 때문에 말을 쉽게 안 들었죠. 그랬는데 바로 사람들이 빨리 호응을 해 줘서 신속하게 대피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손님들 대피까지만 도우신 게 아니라 손님들 다 나가고 나서 불이 난 주방으로 혼자 뛰어들어가셨다면서요?
◆ 김남진> 네, 바로 주방으로 가서 소화기 가지고 현장 안으로 소화기를 분사했던 거죠.
◇ 김현정> 119신고는 누군가가 한 상태 아니었겠습니까?
◆ 김남진> 제가 식당 종업원분들한테 빨리 전화하라고...
◇ 김현정> 119 신고는 했고, 사실 손님들은 대피시켰으니까 이제 소방차를 기다려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가족들이랑 외식하러 가면서 방화복을 입으셨을 리도 없고 맨몸으로 별다른 소방장비도 없이 주방으로 뛰어들어갈 생각을 하셨어요?
◆ 김남진> 초기 화재이기 때문에 일단 빨리 손을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불이 점점 확대되지 않습니까. 일단 직업이 소방관이다 보니까 당연히 또 해야 될 일이고요. 너무 위험하다 그러면 저희도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시도를 했던 겁니다.
◇ 김현정> 어떻게 보면 우문현답이네요. 만약 그때 그 불을 제대로 끄지 않았다면 그 불은 위로 올라가는 거죠, 천장 타고?
◆ 김남진> 불을 끌 때도 천장쪽에서 다트 쪽, 환기구쪽으로 해서 위로 올라가고 있던 상황이었죠.
◇ 김현정> 위에는 뭐가 있었어요, 식당 위에는?
◆ 김남진> 2층은 정형외과 병원이고, 3층은 학원이고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정형외과 병원이면 거기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있었을 수도 있네요?
◆ 김남진> 나와서 보니까 환자복을 입고 몇 분이 나와 계시더라고요.
◇ 김현정> 불길을 초반에 잡지 못했으면 상당히 큰 인명피해가 날 뻔도 했습니다.
◆ 김남진> 그랬을 겁니다.
◇ 김현정> 잘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소방차가 출동하고 불 다 끄고 나와보니까 그 식당에서 대피한 손님들이 다 지켜보고 있던가요?
◆ 김남진> 손님들 많이 구경하고 계시더라고요.
◇ 김현정> 손님들이 뭐라고 하세요?
◆ 김남진> 다들 고생했다고 그러시더라고요.
◇ 김현정> 같이 외식하러 갔다가 순식간에 봉변당한 가족들, 그 가족들은 뭐라 그러세요?
◆ 김남진> 저희 딸 같은 경우는 울고 있더라고요.
◇ 김현정> 딸이 몇 살인데요?
◆ 김남진> 지금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 김현정> 고등학교 2학년 딸이 울고 있어요? 아빠 어떻게 되는 거 아닌가 하고?
◆ 김남진> 네.
◇ 김현정> 왜 안그렇겠습니까.
◆ 김남진> 울면서 자랑스럽고 용감하다고 그러더라고요(웃음).
◇ 김현정> (웃음) 아빠 용감하다고... 그러면서 아빠, 거기서 그렇게 뛰어들어가시는 건 너무 위험했던 거 아니냐 이런 얘기는 안 해요, 가족들이?
◆ 김남진> 그렇지만 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소방관이기 때문에 가족들한테도 안심을 시켰던 겁니다.
◇ 김현정> 지금은 우리가 이렇게 웃으면서 말합니다만, 사실은 상당히 급박했던 상황이었고 김남진 소방관도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한 그런 상황이었는데...김 소방관님, 만약 시간 되돌려서 다시 그때 그 상황이 되더라도 또 불길 속으로 들어가시겠어요?
◆ 김남진> 네, 당연히 들어가야죠.
◇ 김현정> 당연히? 밖에서 딸이 울어도?
◆ 김남진> 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그날 외식은 하셨어요?
◆ 김남진> 아니요. 못하고 그래서 집으로 왔죠(웃음).
◇ 김현정> (웃음)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마음놓고 외식 한번 할 수 없는 그런 직업이네요. 이런 분들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김남진 소방관님 오늘 고맙습니다.
◆ 김남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과천소방서 김남진 소방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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