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정도로 물가상승률이 둔화됐는데도 실질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은 그만큼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속도가 더디다는 뜻이다. 이는 가계의 소비 여력이 작은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24일 한국은행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은 월평균 277만2천643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276만7천830원보다 4천813원(0.2%) 증가했다.
이런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2011년 4분기(-2.4%)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명목임금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제거한 것으로,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나타낸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작년 2분기 3.4%에서 3분기 2.5%, 4분기 2.1%, 올해 1분기 1.8% 등 5개 분기 연속 축소됐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상승률이 1%대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3분기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올해 상반기 실질임금 상승률(0.99%)은 0%대로 낮아진 상태다.
명목임금 상승률도 올해 2분기 1.8%로 2011년 4분기(1.5%) 이후 가장 낮았다.
실질임금 상승률이 둔화된 것은 표면적으로는 기업들이 성과급·상여금 등 특별급여 인상 폭을 크게 줄이고 있어서다.
지난 2분기 실질임금 기준 특별급여는 월평균 33만190원으로 1년 전(36만9천564원)보다 10.7% 줄었다.
노동시간이 비교적 짧고 저임금인 시간제, 비정규직 일자리가 증가하는 등 노동시장 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도 실질임금 상승률이 둔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최근 월별 신규 취업자 수가 50만∼60만명으로 고용은 상당한 호조를 보이고 있다"면서 "실질임금 상승률이 둔화하면 일자리 증가에도 가구당 실질소득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은 늘어나는데 소비가 되지 않는 '기이한' 내수 부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시직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아예 뒷걸음질쳤다. 이들의 임금은 지난 2분기 월평균 125만3천769원으로 1년 전(127만2천85원)보다 1만8천316원(1.4%) 줄었다.
임시직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0년 4분기(-7.3%) 이후 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같은 기간 상용직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0.5% 오른 것과 비교된다.
명목임금으로 따졌을 때도 상용직 근로자의 임금상승률은 2.1%인 반면 임시직은 0.1%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