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펜싱에서도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유독 인연이 없었던 종목이 있었다. 바로 여자 사브르 단체전이다. 2002년 부산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여자 사브르 단체전은 그동안 중국이 금메달을 모두 가져갔다. 한국은 광저우 대회에서 김혜림이 여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을 따고도, 단체전에서는 금메달을 놓치는 등 3개 대회 연속 은메달에 머물렀다.
단체전 금메달을 위해 더 칼을 갈았다. 먼저 이라진(24, 인천중구청)과 김지연(26, 익산시청)이 개인전 금, 은메달을 나눠가지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금메달도 자신있었다. 세계랭킹을 보면 한국은 김지연이 6위, 이라진이 12위, 윤지수가 33위인 반면 중국은 선천이 8위, 위 신팅이 41위, 치엔 지아루이가 123위였다. 금메달을 자신하는 이유였다.
그리고 23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사브라 단체전결승에서 이라진, 김지연과 윤지수(21, 동의대)가 출전해 중국을 45-41로 꺾고, 기다렸던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펜싱 단체전은 3명이 출전해 3분씩 9라운드 경기를 펼친다. 한 선수가 먼저 5점에 이르거나 3분이 지나면 새로운 선수들이 두 번째 라운드에 나선다. 총 45점을 먼저 얻거나, 그렇지 않으면 9라운드가 끝날 때 점수가 높은 팀이 승리한다. 덕분에 에이스와 상대 최약체를 붙이려는 눈치 싸움도 볼 만했다.
첫 주자는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이라진이었다. 하지만 이라진이 주춤했다. 1라운드에서 중국 에이스 선천에게 2-5로 뒤졌다.
한국은 개인전 은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6위로 아시아 최고인 김지연이 2라운드에 나서 추격을 시작했다. 김지연이 치엔 지아루이를 상대로 7점을 뽑아내며 9-10까지 바짝 쫓아갔다.
윤지수가 3라운드 2점, 이라진이 4라운드 3점을 따는 데 그쳐 스코어는 14-20.
5라운드에서 윤지수가 다시 점수를 만회했다. 윤지수는 선천을 상대로 8점을 따라잡으며 22-25가 됐다. 이어 6라운드에서 김지연이 나서 드디어 승부를 뒤집었다. 30-28, 6라운드 만에 처음으로 한국이 앞섰다.
더 이상의 역전은 없었다. 상승세를 탄 한국은 더욱 강해졌다. 윤지수가 7라운드 5점을 냈고, 이라진이 중국의 교체선수 리 페이(세계랭킹 24위)에게 5점을 뽑았다. 이어 마지막 주자 김지연이 힘겹게 5점을 더 보태면서 금메달까지 필요한 45점을 꽉 채웠다. 최종 점수는 45-41. 매번 울었던 한국 여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의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