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정 때문에 다친 것 아닌가" 男농구 변수는?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대표팀, '죽음의 5연전' 극복해야

필리핀과 인도의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12강리그 E조 본선 1차전이 열린 23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필리핀은 인도를 85-76으로 제압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필리핀이 한수위였다. 필리핀에게 유리한 점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인도에게 필리핀전은 '죽음의 5연전' 중 4번째 경기였다.

필리핀의 빈센트 레이어스 감독이 오히려 상대팀을 걱정할 정도로 인도는 지쳐 있었다.


레이어스 감독은 "주최 측인지 어디에서 일정을 짰는지 모르겠지만 4일 연속 경기는 굉장히 힘든 일정이다. 무리였다고 본다. 그래서 인도 선수의 부상도 나온 것 같다. 인도가 젊은 선수들로 좋은 경기를 했는데 막판에 지친 게 보였다"며 안타까워 했다.

인도의 리킨 산티랄 페나티는 경기 도중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다. 인도의 스캇 윌리엄 플라밍 감독은 "머리를 다친 것 같아 병원에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도는 약체 그룹으로 분류돼 20일부터 조별예선을 치렀다. 20일부터 3일 연속 경기가 열렸다. 인도는 B조 1위로 예선을 통과했고 곧바로 23일 12강 리그에서 필리핀과 맞붙었다. 24일에는 이란과 격돌한다.

5연전. 야구가 아니다. 농구다. 인도 뿐만 아니라 조별예선을 통과해 12강 리그에 진출한 카자흐스탄, 몽골, 쿠웨이트 등 4개 팀은 20일부터 24일까지 5연전을 소화해야 한다.

국제농구연맹(FIBA)이 주관하는 공식 대회는 경기 일정이 빡빡하기로 유명하다. 청소년급 대회에서 5연전을 치르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성인 대표팀이 나서는 대회에서는 토너먼트 이전까지는 3연전 뒤 최소 하루 휴식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일정을 짜고 있다.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이같은 일정이 나온 것은 총 16개 참가팀이 12강 리그, 8강 리그에 이어 4강 토너먼트를 치르는 복잡한 대회 방식 때문이다.

약체들에게만 5연전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도 '죽음의 5연전'을 거쳐야 한다. 한국은 24일 몽골, 25일 요르단과의 12강 리그 경기를 치르고 8강 리그 진출시 26일부터 3일동안 계속 경기를 펼쳐야 한다. 4강에 진출할 경우 하루 휴식 후 준결승전에 돌입한다.

8강 리그부터는 만만치 않은 팀들과 경쟁해야 한다. 현재 조 편성상 필리핀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필리핀은 지난 해 아시아선수권 대회 준우승 팀(한국은 3위)이고 올해 FIBA 농구 월드컵에서도 신장의 열세를 딛고 1승을 수확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빡빡한 일정이 의외의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우승을 노리는 모든 팀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비슷하다. 하루 먼저 12강 리그 경기를 치른 필리핀을 제외하면 이란과 중국도 5연전을 치러야 한다.

어떻게 일정에 따른 체력 저하를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집중력도 체력이 뒷받침될 때 빛을 발한다.

"5연전을 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힌 유재학 대표팀 감독은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선수들을 믿을 뿐이다. 무엇보다 12강 리그 경기들을 통해 월드컵 이후 다소 처진 팀 분위기가 올라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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