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생일을 맞은 정모(18)군은 친구 3명과 피시방에서 밤새 인터넷 게임을 즐겼다.
다음날 새벽 피시방을 나온 이들은 배가 고팠고, 술도 마시고 싶었다.
그때 정군이 솔깃한 제안을 했다.
이들은 북구 금곡동의 한 아파트 상가 공중전화 부스에서 족발집에 전화로 소주 4병, 담배, 보쌈족발, 오리훈제 등 13만원 어치를 주문했다.
일단 족발 1개를 친구 집인 아파트 506동 100X호로 가져다준 뒤 나머지 음식은 507동 50X호로 배달하고 돈을 받아가라고 덧붙였다.
족발집 업주 최모(35)씨는 20여분 뒤 오토바이에 음식을 실어 먼저 100X호 초인종을 눌렀지만 집주인으로부터 "음식을 주문한 적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최씨가 서둘러 오토바이로 돌아왔지만 나머지 음식은 이미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다.
인근 화단에 숨어 있던 정군 등은 최씨가 배달하러 간 사이 오토바이에 남은 음식과 소주 등을 훔쳐 달아난 것이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아파트 인근 폐쇄회로(CC)TV를 샅샅이 뒤져 이들 가운데 1명의 신분을 확인, 정군 등 4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24일 불구속 입건했다.
음식물 도난 금액이 크지 않아 업주들이 신고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런 배달 사기 사건은 더 많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 인터넷 등으로 수법을 공유하면서 피해 사례가 느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붙잡힌 정군은 "최근 서울에서 유행하는 수법"이라며 "잡히지 않고 술과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최근 신분증 확인 강화 등으로 술·담배를 사기가 어려워지자 신종 배달 사기 사건의 유혹에 빠질 우려가 크다"며 "음식점 업주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