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2연패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여자 유도 78kg급의 베테랑 정경미(하이원). 지난 광저우 대회에서 시상대의 맨 윗자리에 올랐던 정경미는 북한 여자 유도의 간판 설경을 꺾고 다시 한 번 아시아 최강자로 우뚝 섰다.
정경미는 2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유도 78kg급 결승에서 설경(북한)을 지도승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정경미는 "허리 부상 때문에 수도 없이 운동을 그만두고 싶었다. 울면서 감독, 코치님을 찾아가 후배들이 뛰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지만 재활 잘하면 된다고 끝까지 믿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기뻐했다.
오래 전부터 아팠던 허리 디스크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더욱 악화됐다고 털어놓은 정경미는 "아무래도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데다 대표팀 맏언니로 나오는 대회라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면서 "이 금메달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고생한 파트너들과 후배, 동생과 함께 갖겠다. 앞으로 더 좋은 후배들이 나오겠지만 처음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겨 감격스럽다"고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정경미의 이번 우승은 인천아시안게임 개막 후 개인 종목의 결승에서 처음으로 열린 '남북대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설경은 정경미가 라이벌로 꼽은 상대였기에 더욱 값진 금메달이다.
"시상식을 하는데 설경 선수가 우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안쓰러웠다. 그런데 나도 금메달을 따야 하니까 마음은 아파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는 정경미는 "(설경이) 작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선수라 연구를 많이 했다. 한 번 이겼던 선수라 지면 안 된다는 각오로 준비했다"고 더욱 특별한 우승의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