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대학가에서는 4년의 재학 기간 중 일정 기간을 외국 대학에서 수업을 받는 '1+3 유학제도' 등이 유행했는데 대학들 가운데 일부가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20∼40%를 수수료로 걷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런데 송 전 수석이 서울교대 총장으로 있으면서 문제의 유학 프로그램에 간여했고, 이 같은 혐의로 청와대로 가기 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줄곧 경찰의 수사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송 전 수석이 갑자기 사표를 제출하고 청와대가 부랴부랴 사표를 수리한 또 다른 배경과 이유가 있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 보면 범법 행위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대학총장을 청와대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한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송 전 수석이 청와대 수석으로 내정되기 사흘 전에 이미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았고, 이 사건은 이미 지난달에 검찰에 넘겨졌다는 사실이다.
청와대가 수석비서관을 임명하는데 아무 인사나 적당히 쓰지는 않을 테고 당연히 철저한 사전 검증을 거쳤을 터이다. 경찰의 수사 대상이고 소환조사까지 받은 사실을 모를 정도로 청와대 검증 시스템이 허술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같은 인사가 강행된 것은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누구도 함부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청와대 내부의 고질적인 인사 관행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로 송 전 수석은 정수장학회 이사를 지내며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였고 이번에 드러난 문제뿐 아니라 제자의 논문을 가로채고 학교 부설기관으로부터 거액의 수당을 불법수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청와대 수석이 될 수 있었다.
경찰의 수사 사실을 청와대가 사전에 몰랐다면 더욱 큰 문제다. 인사 검증 시스템이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인사 검증 실패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 않은가? 본인이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는 납득할 수 없는 사실만 외부로 알려졌을 뿐 송 전 수석의 사표에 대해 청와대는 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만큼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또다시 인사 참사가 발생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하고, 그 대상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