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감' 키운 비대위…'혁신'보다 '안정'에 방점

새정치민주연합이 21일 당내 지분이 있는 계파별 수장들이 참여하는 '무게감 있는' 비대위원회를 꾸렸다.

지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포함해 당대표를 두번 지낸 정세균 의원, 원대대표와 비대위원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 등이 포진했다. 일단 중량감 있는 인물들로 채운만큼 비대위가 당 안팎의 목소리로 흔들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안정'에 방점을 찍다보니 애초 구상했던 '혁신 비대위'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힘있는 비대위...'지도부 흔들기' 차단

당직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인선과 관련해 "힘있고 책임있는 비대위를 구성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박영선 체제'에서 세월호특별법 협상과 비대위원장 영입 과정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표출되면서 당이 더욱 어려워진 점을 감안, 쉽게 흔들리지 않을 비대위를 구성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비대위 밖에서 (비대위를) 흔들려는 움직임이나 목소리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또 당내 지분이 많은 각 계파의 수장들을 안배한만큼 계파간 다툼도 줄어들 것이라는 평가다.


민영삼 포커스컴퍼니 전략연구원장은 "초재선, 486 등 강경파들이 돌출행동이나 발언을 못하게 계파수장들을 비대위에 앉힌 것으로 보인다"며 "보기에 따라선 계파간 나눠먹기가 될수도 있지만, 당의 안정을 위한 교육지책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선에 대해 당 내부적으로는 '적절한 구성'이라는 평가가 많다. 서영교 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문재인, 정세균, 박지원 공동위원장을 얘기를 하기도 했었다"며 "이분들이 비대위에 들어간 것은 잘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초재선 모임인 '더좋은미래'에 소속된 김기식 의원은 "당의 책임있는 분들이 공식적으로 책임지고 당을 수습하는게 맞다"며 "밖에서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면 분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선에서 초재선이나 486 인사가 빠진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486출신 의원은 "앞으로 혁신안을 만드는 과정이나 내용에 여러 의견을 담보해야 하는 점을 비대위원들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권 주자 '링 위로'..."혁신은 물건너가나"

공교롭게도 이번 비대위에 이름을 올린 사람 중에 상당수가 당대표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정세균 박지원 의원 등은 이미 당 대표 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았거나 출마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따로 두기는 하지만 비대위는 전대 룰을 정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비대위에서 당권을 놓고 샅바싸움이 벌이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벌써부터 전대와 관련,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문재인 의원쪽에서는 "국민참여 경선을 실시해야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는 반면, 조직이 상대적으로 강한 정세균 의원측에서는 "대의원 중심의 투표를 통해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비대위구성이 전원 당 내부로 꾸려지면서 당 혁신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노선을 놓고 벌이던 논쟁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前) 비대위원장이었던 박영선 원내대표가 애초 구상했던 '혁신 비대위'보다는 '관리형 비대위'로 운영될 공산이 커졌다.

문 위원장은 지난 19일 새로운 혁신안을 만들기보다는 그동안 내놓았던 혁신안들 가운데 실천 가능한 것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참신한 혁신안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번 인선은 쇄신보다는 당이 관리형으로 가겠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선거 참패이후 당을 혁신해 국민들 마음을 사겠다는 계획은 멀어질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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