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는 21일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플뢰레 4강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안았다. 대표팀 동료 전희숙(30, 서울시청)에게 7-15로 져 결승행이 무산됐다.
동메달이 확정되면서 3회 연속 개인전 금메달 기록도 멈췄다. 남현희는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개인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른 바 있다. 3회 연속 메달이라는 성과에 만족해야 했다.
3회 연속 정상 도전 길목에서 발목을 잡혔다. 이전과 비교해 변화가 있다면 결혼과 출산이었다. 남현희는 지난 2011년 결혼해 지난해 4월 딸 공하이를 출산했다. 2개월 만에 다시 칼을 잡고 지난해 9월 대표팀에 복귀했지만 출산 후유증으로 컨디션을 찾기 힘들었다.
올해 초 부다페스트 월드컵(A급)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거뒀지만 세계 정상을 다퉜던 남현희임을 감안하면 다소 부족한 성적이었다. 남현희는 지난달 미디어데이에서 "그동안 부상에서 회복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출산 후 회복은 몇 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한때 1, 2위를 오갔던 세계 랭킹도 14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딸을 위해 다시 힘을 냈다. 남현희는 "훈련 때문에 하이랑 떨어져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서 "그런 만큼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따 하이 목에 걸어주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남현희는 그러나 한계를 넘지는 못했다. 세계 8위 전희숙과 4강전에서 밀렸다. 1라운드 4-2까지 앞섰지만 이후 5점을 연속 내주며 5-7로 뒤졌다. 2라운드에서 만회를 노렸지만 점수 차 더 벌어졌다. 4년 전 광저우에서는 남현희가 4강전에서 전희숙을 15-14로 눌렀다.
경기 후 남현희는 "석연찮은 판정도 영향을 미쳤지만 전희숙이 나보다 경기를 잘 풀어갔다"면서 "재활 등 훈련 기간이 짧아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최선을 다해 동메달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딸 하이에 대해서는 "아직 애기기 때문에 금인지 동인지 몰라 걸어주면 좋아할 것 같다"면서 "하이야, 엄마 축하해줘"라며 웃었다.
남현희에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다름아닌 오는 24일 열리는 단체전 3회 연속 금메달이다. 과연 남현희가 금메달 선물을 하이에게 안기며 자랑스러운 엄마로서 뿌듯하게 일어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