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만 금메달을 3개나 땄고 세계선수권 제패를 수도 없이 이뤘던 한국 사격의 간판 스타 진종오(35·KT). 그러나 아시안게임 우승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단체전에서는 우승한 바 있지만 개인전에서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적이 없다.
진종오는 2002년 부산 대회 때부터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았다. 묵은 한을 풀기 위해 남다른 각오로 준비한 4번째 출전 대회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그러나 진종오는 이번에도 개인전 우승의 한을 풀지 못했다.
진종오는 21일 옥련 국제사격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총점 179.3점을 기록해 동메달을 차지했다. 동메달 역시 값진 성과이지만 개인전 우승을 목표로 삼았던 진종오이기에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진종오는 지난 20일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는 전체 8명 중 7위에 그치며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성적 순위에 따라 하위 선수를 차례로 탈락시키는 방식에서 진종오가 조기 탈락한 것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진종오는 50m 권총 본선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해 아쉬움은 더욱 컸다. 사격은 본선과 결선 점수를 합해 순위를 따지는 기존 방식에서 결선 점수 만으로 메달을 가리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따라서 진종오 같이 세계적인 실력을 보유한 선수들의 불만이 적잖다.
이번 대회는 결선 방식이 바뀌고 처음으로 치러지는 아시안게임이다.
대회를 앞두고 2016 리우올림픽 예선을 겸하는 스페인 세계선수권 대회에 다녀와 체력이 저하된 것 역시 아쉬웠다. 진종오는 세계선수권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50m 권총과 10m 공기권총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정작 아시안게임에서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진종오는 50m 권총 경기가 끝나고 "오늘 결과는 은퇴하지 말라는 계시로 알고 정진하겠다"며 10m 공기권총에서 자존심 회복을 노렸다.
그러나 개인전 우승의 한을 풀 기회를 또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 진종오의 개인전 출전 경기는 이제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진종오는 "응원 많이 해주셨는데 기대에 못 미쳐서 할 말이 없다. 사격이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오늘 새삼 느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진종오는 "한국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까 부담이 많이 된 것은 사실이다.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꼭 따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이 힘든 경기 운영을 했다. 오늘 좀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진종오는 기자회견장에서 사격계의 '큰 어른' 같은 면모를 발휘해 눈길을 끌었다.
진종오는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축하해달라"는 말과 함께 남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단체전 우승까지 2관왕을 차지한 막내 김청용(17·흥덕고)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어 취재진의 질문이 국내 선수들에게 집중되자 "팡웨이 선수에게도 질문을 많이 해달라"며 국적은 다르지만 함께 경쟁한 동료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