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북부 태풍에 곳곳 침수…이재민 50만명(종합)

최소 4명 사망…각급 학교·관공서 문 닫고 항공편 취소·우회

제16호 태풍 '풍웡(Fung wong)'이 19일 필리핀 북부에 상륙, 수도 마닐라와 주변지역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최소한 4명이 숨지고 약 5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필리핀 기상당국은 태풍 풍웡이 이날 낮(현지시간) 루손섬 동북단 지역에 상륙했다며 당시 중심부 부근의 최대 풍속과 최대 순간 풍속은 각각 시속 85㎞와 100㎞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태풍의 영향으로 이날 오전까지 24시간 동안 마닐라 지역에만 무려 268㎜의 폭우가 쏟아져 물이 1.5m까지 차오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마닐라와 북부 15개 주에서 차량 통행이 끊기는 등 도시 기능이 상당부분 마비돼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고 ABS-CBN, GMA방송 등이 전했다.

방재당국과 적십자 측은 이번 태풍으로 마닐라 외곽도시 케손에서 어린이와 성인 1명이 각각 숨지고 인근의 리살 주과 칼루칸 지역에서도 각각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또 마닐라와 부근 지역에서 4만여명이 학교와 교회, 체육관 등의 공공시설로 대피하는 등 50만명에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폭우로 갑자기 차오른 물에 놀란 일부 주민들은 주택 지붕 위로 긴급 대피했으며 당국은 고무보트 등 소형 선박을 이용해 구조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마닐라 인근의 카인타 지역에서는 수위가 급속히 불어나면서 구조대마저 고립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폭우로 마닐라와 주변 15개 주의 각급 학교와 관공서가 문을 닫고 증시가 폐장했다.

또 마닐라를 오가는 국내선과 국제선 항공편 80편 이상이 운항 취소되거나 다른 지역에 착륙했다.

기상당국은 태풍 풍웡이 이날 오후 들어 중심부의 최대 풍속과 최대 순간 풍속이 각각 시속 75㎞와 90㎞로 다소 약화됐으나 마닐라와 주변지역에 여전히 많은 비가 예상돼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보했다.

특히 저수량이 크게 늘어난 마닐라 북부지역의 댐이 방류에 나서면서 상황이 한층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국은 특히 폭우로 일부지역의 수위가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마닐라 북부지역의 댐들이 방류에 나서 인구밀집지역 주변하천이 자칫 범람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리들은 또 산악지대에 쏟아진 폭우로 불어난 물이 도시지역 하천으로 흘러들면서 침수지역이 훨씬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태풍 풍웡은 오는 21일 필리핀을 빠져나간 뒤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대만과 일본 남부로 향할 것으로 예보됐다.

이에 앞서 루손섬 일대에는 지난 14일 태풍 '갈매기'가 상륙, 7천8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수많은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필리핀에는 매년 평균 20차례의 태풍이 엄습해 인명피해와 농경지 침수 등 물적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초대형 태풍 '하이옌' 탓에 8천 명 가까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400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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