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시행된 스코틀랜드 주민투표 개표 결과 스코틀랜드 독립추진안은 부결됐다.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 개표 결과 주민들은 미래가 불투명한 독립보다는 현재의 영국연방 체제를 유지하는 선택을 내렸다.
막바지 투표전에서 독립 찬성 여론이 심상찮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조심스럽게 가능성이 제기됐던 이변은 벌어지지 않았다.
민심은 변화보다는 안정, 민족적·지역적 감정보다는 경제손익 판단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분석됐다.
스코틀랜드 독립안 통과시 예상되던 국제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대한 후폭풍도 피할 수 있게 됐다.
◇ 영국연방 분열 위기 넘겨 = 독립안 부결로 유럽의 지도를 새로 그려야 하는 영국연방 축소 사태는 벌어지지 않게 됐다.
독립안 통과에 대비한 비상계획조차 없이 투표전에 나섰던 영국 정부로서는 국가 분열의 대격변을 모면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반대의 투표 결과가 나왔다면 영국은 국토 면적의 3분의 1, 국민의 10% 가까이를 잃으면서 격랑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독립안 부결로 은행 및 기업 이전과 자금 이탈 등 경제 혼란에 대한 우려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통화 공유와 국가자산 배분을 둘러싼 논란도 해소되면서 약세를 보였던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회복되고 세계 증시도 불안감을 떨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투표로 스코틀랜드와 영국 양측은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뜨거운 민심을 확인한 가운데 자치권 확대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새로운 부담도 안게 됐다.
◇ 경제안정론·자치권 확대론이 독립 열망 눌러 =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하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경제불안에 대한 우려가 독립안 통과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방에서 독립하면 파운드화 공유는 불가능하다는 영국 정부의 위협과 스코틀랜드 주요 기업들의 이탈 움직임, 유럽연합(EU) 재가입 등 경제 문제가 민심을 파고 들었다.
자치정부는 독립하면 강한 경제력을 갖춘 국가로 자립할 수 있음을 강조했지만 경제 불안을 둘러싼 우려를 잠재우지 못했다.
스코틀랜드 독립시 물가 상승과 불황이 닥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이어져 변화보다는 안정론에 힘이 실렸다.
독립운동을 이끄는 자치정부는 북해 유전을 기반으로 북유럽식 복지와 세금 인하 등을 공언했지만 일자리와 의료 및 연금 체계 보전 등 구체적인 경제 대안을 제시하는데 한계를 노출했다.
경제 문제 외에도 국방, 사법, 외교 등 분야에서 풀어야 할 난제가 많아 2016년 3월까지 독립국으로 자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현실론의 장벽도 높았다.
투표 막바지 독립 찬성여론의 상승세에 맞서 웨스트민스터 의회 주요정당들이 제시한 자치권 확대 카드도 지지표 결집 효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됐다.
◇ 분열 극복·치유 과제 남겨 = 스코틀랜드 분리 사태는 막았지만 영국 연방의 모습은 이번 투표를 계기로 이전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투표과정에 드러난 스코틀랜드 주민의 분리독립 열망은 중앙정부에는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국 정부로서는 자치권 확대를 약속했지만 민족적·역사적 앙금을 넘어 남북으로 갈린 지역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10~15년 뒤 다시 스코틀랜드에서 분리 독립론이 제기됐을 때 이를 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자성론도 나온다.
이미 상당한 자치권을 보장하는 스코틀랜드에 대해 조세권과 예산권까지 주는 자치권 확대 계획이 예고됨으로써 연방 체제의 결속력은 급속히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따른다.
동시에 웨일스와 북아일랜드는 물론 콘월, 컴브리아 등 지역에서까지 분리독립 요구가 분출할 수 있다는 점도 영국 정부가 떠안게된 숙제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표결에서는 졌지만 상당한 자치권 확대를 약속받음으로써 절반의 승리를 챙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번 투표 과정에서 독립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대립한 민심을 수습하고 영연방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화합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