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사키 우케루(孫崎享) 전 외무성 국제정보국장은 18일 도쿄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무라야마담화를 계승·발전시키는 모임'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일본의 TV와 신문에 객관적인 것이 없어졌다"며 "아베씨의 홍보지, 홍보방송이 됐다"고 말했다.
또 "일본의 정치가 이상해졌다는 보도가 있지만, 일본 언론이 이 정도로 심각했던 적은 없었다"며 "아베 총리가 거짓말을 하거나 궤변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마고사키 전 국장은 '편향된 보도'의 일례로 작년 12월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80세 생일을 맞아 행한 기자회견에서 "전후 연합군 점령하에 있던 일본은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소중한 것으로 삼아 일본국 헌법을 만들었다"고 발언한 대목을 공영방송인 NHK 뉴스가 소개하지 않은 사실을 거론했다. 헌법 개정을 지향하는 아베 정권의 눈치를 본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이어 자신이 오래 근무한 러시아와 중동에서는 국민이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 소셜미디어 등에 의지한다고 소개한 뒤 "일본에서 소셜미디어를 이끄는 사람들은 '네트우익(인터넷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극우 성향의 네티즌들)'"이라고 개탄했다.
마고사키 전 국장은 1966년 외무성에 입부해 구(舊) 소련, 이라크, 캐나다 등지에서 근무한 뒤 국제정보국장, 방위대학 교수 등을 거쳐 2009년 관가를 떠났다.
또 같은 외교관 출신인 아마키 나오토(天木直人) 전 레바논 주재 대사는 "일본에 가장 중요한 것은 헌법 9조"라며 "그것이 없으면 (국제사회가) 다들 일본을 위험한 나라로 생각하지만 9조가 있기에 (각국이) 안심할 수 있고, 또한 일본은 중국, 러시아에 대해 '어리석은 일을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조강연자로 나선 외무성 중국과장 출신 아사이 모토후미(淺井基文) 전 히로시마평화연구소 소장은 일본의 대(對) 주변국 관계개선을 위한 해법으로 "포츠담 선언을 새롭게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아사이 전 소장은 "포츠담 선언은 전쟁을 위법화하고 동아시아의 평화질서를 만들자는 것으로, 일본의 군국주의 배제를 요구했다"며 "군국주의를 부정한다는 것이 군대를 전면 해체해 '(군사력) 제로(0)'로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라 군국주의 사상과 그 근저가 되는 역사인식을 근저에서부터 일신하자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포츠담 선언은 1945년 7월26일 제2차대전 승전국인 미국, 영국, 중국의 수뇌부들이 독일 포츠담에 모여 일본에 대한 처리 문제를 협의한 뒤 발표한 문서로, 일본의 무조건적인 항복 및 군국주의 배제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이 히로시마(廣島), 나가사키(長崎) 피폭 후 포츠담 선언의 항복조건을 받아들임으로써 태평양전쟁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