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인권특사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독자투고란에 글을 올려 "북한 여행은 임의 체포와 장기 구금 등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북한이 진정으로 관광객을 늘리고 싶다면 억류 중인 미국인 3명부터 석방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 억류자 석방문제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킹 특사가 언론 투고를 통해 억류자를 석방하라고 공개적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북·미가 최근 뉴욕채널 등을 통해 진행 중인 석방 협상이 순탄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풀이되고 있다.
킹 특사는 "현재 구금된 억류자 3명은 북한에 의해 선전용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이들은 TV 앞으로 불려 나와 자신들을 석방할 고위급 특사를 보내달라고 촉구했다"고 지적했다.
킹 특사는 이어 "북한이 진정으로 관광객을 늘리고 싶다면, 특히 미국인 관광객을 더 유치하려면 여행의 위험을 줄여야 한다"며 "이들 3명에 대해 사면을 베푸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킹 특사는 지난해 두 차례 북한으로부터 평양방문 초청을 받았으나 막판에 북한이 입장을 바꾸면서 무산됐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날 연구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3명을 풀어주기 전까지 미국 국민들의 북한 여행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석좌는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더라도 재무부가 발행하는 여행거래 제한 조치를 통해서도 가능하다"며 "북한이 미국인들을 계속 구금한다면 지금 막 키우려는 관광산업에 대가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북한에 대해 억류자들을 사면하고 석방하라는 논점을 되풀이하는건 비효율적"이라며 "오바마 행정부는 통상적으로 대응할게 아니라 '무고한 미국인들을 부당하게 재판하고 수용소캠프에 보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고위급 성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미국 고위당국자가 직접, 그리고 주기적으로 억류된 미국인들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인 3명을 장기 억류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김정은 정권이 신뢰할 수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하는 미국의 요구를 피하고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전술적 게임"이라며 "미국인 억류자들이 수용소에서 인간적 대우를 받는 것처럼 홍보해 인권문제에 대한 비판론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풀이했다.
앞서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12일 언론에 "북한이 사람을 볼모로 활용한다. 불쾌하면서도 고통스러운 방식"이라고 비판했고,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도 15일 북한이 미국인을 억류해 정치적 '볼모'(pawn)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위한 특사 파견 협의를 제안했다는 '미국의 소리'(VOA) 보도에 대해 "해외에 있는 미국인들의 안녕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우선순위는 없다는 원칙에 따라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