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감독은 첫째 아들 허웅을 선택하지 않았다. 전체 4순위 지명권을 가진 전주 KCC가 고려대 이승현(고양 오리온스), 연세대 김준일(서울 삼성), 한양대 정효근(인천 전자랜드)에 이어 4순위로 허웅을 지명해도 이상할 것은 전혀 없었다. 실력상 그랬다.
KCC의 4순위 발표 직전 장내가 술렁인 이유였다. 하지만 허재 감독은 허웅 대신 고려대 출신의 정상급 슈터 김지후를 지명했다.
김지후의 4순위 지명은 대다수의 관계자들이 납득할만한 결과다. 다만 '농구 대통령'과 아들, 부자(父子)가 한 팀에서 만나는 모습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허재 감독은 "고민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미리 순위를 다 정해놓은 것도 사실"이라며 "부자지간이 한 팀에 있는 것도 좀 그런 것 같다"며 부담감이 적잖았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허웅의 생각은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허웅은 4순위 지명을 기대했냐는 질문에 "당연히 기대했다. 아버지께서 냉정하신 분이구나라고 생각했다"는 농담을 건네며 웃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KCC의 김지후 지명은 충분히 납득할만 하다. 허재 감독은 "1-2순번이 아니라 아쉽지만 (부상을 당한) 김민구의 자리가 비었기 때문에 김지후가 그 자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KCC는 '사인-앤드-트레이드'를 통해 안양 KGC인삼공사의 정상급 포인트가드 김태술을 영입했고 최장신(221cm) 센터 하승진의 복귀로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 그러나 김민구가 음주 교통사고로 고관절을 크게 다쳐 차기 시즌 복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지후는 김민구의 자리를 메울만한 잠재력을 갖춘 선수다.
감독으로서 냉정하게 결정을 내렸지만 아버지로서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없이 따뜻했다.
허재 감독은 "웅이가 지명 순위에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 프로는 실력으로 말하는 것이다. 팀에서 원하는 선수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격려했다.
지명 직후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허웅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내 가치를 증명해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힌 허웅은 "순위에 연연하지 않겠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원주 TG삼보에서 활약한 아버지를 따라 원주체육관을 자주 방문했다는 허웅은 "항상 구경을 갔기 때문에 낯설지가 않다. 친근한 팀이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목표는 신인왕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