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무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당대표실은 지난달 5일 비대위원장 수락 이후 첫 기자회견을 한 곳이다. 비대위원장은 당대표 격이지만 원내대표를 겸하고 있는 박 위원장은 '국민공감혁신위원회'의 출범을 알린 당시 기자회견을 제외하고는 줄곧 원내대표실에서 회의를 주재해 왔다.
검은 바지정장에 흰 색 셔츠를 받쳐입은 박 위원장은 사흘 동안 많은 고민과 번뇌의 시간을 보낸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무척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표정에서는 비장함과 동시에 애절함이 묻어났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노란 리본은 여전히 왼 가슴에 달려있었다.
박 위원장은 5분을 갓 넘긴 기자회견을 통해 비대위원장 직은 사퇴하고 원내대표 직은 한시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절반이 넘는 의원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절충안'대로였다. 질서 있는 수습을 위해 원내대표단이 길을 트면서 탈당까지 검토하던 박 위원장이 극적으로 회군하는 순간이었다.
사흘의 칩거를 '참 힘든 시간', '비감했던 시간'으로 표현한 박 위원장은 세월호특별법 협상과 관련해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언급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사실상 마지막 역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세월호 참사의 국민적 수습이라는 뚫고 나가기 어려운 벽 앞에서 싸우면서, 벽 뒤에서 빠르게 사라져가는 증거들을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던 시간이었다. 이제는 그마저도 풀어낼 방도를 찾기가 어렵게 된 현실에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낀다. 지금부터는 저에게 주어진 '책임감'만을 짊어지고 가겠다."
박 위원장은 또 "무엇보다 국민과 당원 여러분의 더 엄중한 관심이 절박하다. 많이 부족한 제가 비대위원장을 내려놓으면서 드리는 애절한 호소"라며 비대위원장 사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중차대한 시기에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감사하고 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동안 저의 잘못에 분노한 분들은 저에게 돌을 던지시라. 그 돌을 제가 맞겠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박 위원장은 짧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느낀 실망감과 당 혁신의 필요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이 당'을 집권이 가능한 정당, 국민이 공감하는 정당으로 바꿔서 혁신해보고자 호소도 했지만 그 시도도 한계에 부딪치며 엄청난 좌절감에 떨었다. 이런 상황에 내몰려 당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깊은 고민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고 호소했다.
당에 대해서는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상황은 우리 국민들이 너무도 세밀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면서 "그래서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이 백척간두에 서있다"고 말했다. 또 "'이 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또 집권을 꿈꾼다면 당의 현재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고 끊임없이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골탈태, 그 말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고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한 가지 특기할 점은 박 위원장이 정식 당명인 '새정치민주연합'을 단 한 차례만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박 위원장은 당명 대신 '이 당'이라는 표현을 두 차례 쓰고 '이 정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이라는 언급도 여러 번이었다.
현 제1야당의 유일한 선출권력으로서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당대표'격이 소속 정당의 당명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꺼려 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박 위원장이 일단 탈당 결심을 접고 당무에 복귀하긴 했으나 그간의 실망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