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알카에다는 지난 6일 파키스탄 최대 항구 카라치항에 정박 중이던 파키스탄 해군 호위함 줄피가르호 탈취를 시도했다.
파키스탄 해군에 위장 입대한 조직원 4명이 먼저 승선해 있었으며 고무보트를 타고 접근한 지원 부대가 보초를 서던 수병에게 발각돼 총격전이 벌어졌다.
고무보트에 타고 있던 알카에다 조직원 6명이 기관총에 맞아 사망했고 미리 줄피가르호에 올라 고무보트를 탄 지원부대가 오기를 기다리던 알카에다 조직원 4명도 총격전 끝에 일망타진됐다.
알카에다 조직원이면서 해군이 위장 입대한 소위 한 명은 포위되자 자폭했다.
고무보트에 타고 있다가 사살된 조직원 가운데 전 해군 중위 오와이스 자크라니도 끼어 있었다. 카라치 고위 경찰관의 아들인 자크라니는 알카에다 조직원의 위장 입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정보기관은 보고 있다.
교전 중에 파키스탄 해군 하사관 1명도 사망했다.
파키스탄 해군 군함의 탈취 기도 소식은 애초 보도 통제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파키스탄 국방부가 국회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진상이 알려졌다.
알카에다는 줄피가르호를 장악한 뒤 함대함 미사일로 공해상에 있던 미국 해군 함정을 공격하려는 계획이었다고 파키스탄 국방부 관리는 설명했다.
줄피가르호에 장착된 함대함 미사일은 사거리가 300㎞에 이른다.
이들이 노린 미국 해군 함정은 인도양에 배치된 보급함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방의 테러 전문가들은 만약 이들이 줄피가르호를 장악해 함대함 미사일을 손에 넣었다면 함대함 교전이 발생해 2000년 예멘 아덴만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당한 구축함 콜호가 입은 피해가 되풀이될 뻔했다고 말했다.
애초 이번 공격은 파키스탄 탈레반의 소행으로 추정됐지만 알카에다 인도 지부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줄피가르호 탈취 시도는 알카에다가 인도 지부를 설치한 이후 가장 규모가 큰 공격이다.
알카에다는 최근 인도 지부를 창설한 뒤 파키스탄 이슬람 급진주의 전사들을 대거 이동시켰다.
서방 테러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이 인도 지부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9·11 테러 13주년을 기념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번 공격은 핵보유국 정규군에 테러리스트가 침투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파키스탄 해군은 미국 해군을 비롯해 테러 집단, 해적, 그리고 마약 밀수 조직과 싸우는 각국 해군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카라치 항에는 미국 함정이 자주 정박한다.
줄피가르호는 공격받던 날 출항해 인도양에서 작전 중이던 국제 연합 함대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파키스탄 해군은 영국 해군에 배속돼 미국 해군과 합동으로 펼친 테러 대응 실전 훈련에 참가한 바 있다.
한 서방 국가 테러대응 관련 고위 관리는 "파키스탄 해군과 협력하는 데는 신뢰가 필수인데 이번 일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