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성 WASP-18과 이 별을 공전하는 행성 WASP-18b는 지구로부터 약 330광년 떨어져 있다. WASP-18b의 크기는 목성의 10배 정도 되고, 공전주기는 23시간이다. 외계행성의 분류 기준에 의하면 'hot Jupiter(뜨거운 목성)'에 속한다. 즉, 행성의 특성은 태양계의 목성과 비슷하지만 온도는 훨씬 높다는 것이다.
WASP-18b와 같이 행성이 모성의 나이를 실제보다 더 많아보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를 이끈 INA(이탈리아 국립 천문물리학 연구소) 이그나지오 필리테리는 "WASP-18b의 경우 'hot Jupiter' 계열의 행성가운데 질량이 가장 크고, 모성과의 거리도 가장 짧아 외계행성으로서는 매우 극단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며 "이런 특징들로 인해 모성의 나이가 실제보다 많아보이게 하는 등의 예상치 못한 결과들을 초래했다"고 말한다.
연구진은 이론모델과 각종 데이터에 근거해 모성인 WASP-18의 나이를 5억 년에서 20억 년 사이로 추정한다. 이는 천문학적 기준에서 젊은 별에 속한다. 우리 태양의 나이는 50억 년이고, 별의 수명으로 볼 때 중간에 해당한다.
젊은 별일수록 활동이 왕성하다. 나이 든 별에 비해 더 강력한 자기장을 내보내고, 플레어(태양의 표면 폭발)들의 규모와 엑스선 방출량도 크다. 자기장 활동과 플레어, 엑스선 방출은 별의 자전과 관련이 있고, 나이가 들수록 별의 자전 속도는 떨어진다.
천문학자들이 찬드라 망원경으로 WASP-18을 관찰한 결과 젊은 별임에도 불구하고 엑스선 방출을 찾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자기장과 엑스선방출의 상관관계 등에 기초해 분석한 결과 이 별은 실제 나이에 비해 약 100배 정도 활동성이 약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문물리학센터 스코트 월크는 "행성이 항성의 내부를 엉망으로 만들면서 별을 노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달의 중력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처럼 거대한 행성의 중력으로 생기는 조수의 힘이 별의 자기장을 파괴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자기장의 힘은 별의 대류 양에 의해 결정된다. 즉 뜨거운 가스가 얼마나 강하게 별의 내부를 뒤섞어 놓느냐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거대 행성의 중력이 모성의 대류를 약화시키는 쪽으로 모성 내부의 가스가 움직이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WASP-18은 대부분의 다른 별에 비해 자기장 지역이 훨씬 좁기 때문에 이런 효과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즉 WASP-18은 자신을 당기는 조수의 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행성에 의한 조수 힘의 효과는 앞서 진행된 연구에서 젊은 별인 WASP-18에 리튬이 이례적으로 많이 발견된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 리튬은 젊은 별에 많이 존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류가 리튬을 뜨거운 별의 내부로 이동시키게 되고, 여기서 핵반응을 일으켜 파괴된다. 대류 활동이 적다면 별의 내부로 순환하는 리튬의 양도 줄어들어 그만큼 많은 양의 리튬이 별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잡지 천문학과 천문물리학(Astronomy and Astrophysics) 9월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