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김무성은 왜 경쟁상대 김문수를 선택했을까?

"흥행 판을 키우는 상생의 정치", "친박 견제위한 연대 차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 (자료사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보수혁신위원장으로 내정했다.

김무성 대표의 이런 행보를 정치권에서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갑내기로 친구사이 이기도 하지만 차기 대권에서는 가장 껄끄러운 경쟁상대인 김문수 전 지사에게 날개를 달아줬기 때문이다.

정치적 셈법으로는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에 맞서기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김무성 대표는 왜 경쟁상대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선택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권영철의 와이뉴스 전체듣기]

▶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으로 확정됐나?

=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 내정단계다. 오늘이나 내일 열릴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기구인 혁신위원회 설치가 확정되고 활동기간과 활동범위, 특위위원 구성이 이루어지면 위원장으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혁신특위 구성 당내 의원들과 외부 인사들로 구성될 전망이다.

김무성 대표는 "특별기구의 이름이 '보수혁신'으로 정해질지, '정치혁신'으로 정해질지 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활동기간은 길게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길어도 6개월 이내에 혁신안을 발표하겠다는 의중을 나타내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 정치에서 경쟁자는 싹부터 자르는 게 통상적인 관례 아니냐?

= 그래서 상당히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무성 대표가 정치다운 정치를 한다는 포용력을 보여줬다는 그런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바둑으로 치자면 안철수 전 대표는 눈앞의 수에만 급급했고 김무성 대표는 두세 수 앞을 내다본 아주 괜찮은 포석"이라고 비유했다.

사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7.30 재보선에서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고문이나 정동영, 천정배, 김두관 등 당내 거물급 정치인들 잠재적인 대선후보들이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이들이 대거 당선됐다면 새정치연합의 당세가 커질 것이고 당내 경쟁도 한층 뜨거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의 잘못된 선택으로 공천갈등만 증폭되면서 재.보선에서 11:4라는 참패를 했다. 그 결과 안. 김 두 대표는 대표직에서 사퇴해야만 했고 지금 새정치연합이 겪고 있는 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 김무성 대표는 왜 가장 강력할 경쟁자가 될 김문수 전 지사를 혁신위원장으로 선택했을까?

= 공식적인 이유가 있고 장기포석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친구사이인 두 사람의 신뢰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어제(16일) 기자들에게 "김문수 지사는 제가 15대 국회 동기로서 오랜 기간 동안 동지로서, 친구로서 죽 지켜봤는데 현재 새누리당 지도자 중에 가장 개혁적 마인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으로 제가 평가를 한다"면서 "그래서 삼고초려끝에 의기투합해서 같이 힘을 합해서 새누리당을 변화시키자, 이렇게 합류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1951년생 동갑이며 김영삼 정부시절인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간판으로 나란히 금배지를 달아 그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사석에서는 문수야! 무성아!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김무성 대표는 문창극 사태가 벌어진 지난 6월 경기지역 언론인과의 오찬에서 "총리자리에 김문수 경기도 지사가 제격"이라면서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문제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 지사가 총리에 맞는다고 생각해 추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새누리당 뿐 아니라 정치권 특히 국회가 변해야 한다는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의 가장 중요한 스케줄은 2017년 대선에서 다시 집권하는 것이지만 현재의 상태로 그대로가면 집권이 어렵다고 저는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우리가 정말 혁신하겠다는 큰 각오로 국민이 원하는 수준까지 완전히 새로운 새누리당을 만들어야만 가능하다"고 당 혁신의지를 밝혔다.

김문수 혁신위원장 내정자는 "정치에 대해 절망하고 있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저 자신이 죄를 짓는 느낌"이라고 말하면서 "부패와 타협할 수 없다. '청렴영생 부패즉사'(청렴하면 영원히 살고, 부패하면 바로 죽을 것이라는 뜻), 깨끗한 정치를 이루지 못하면 어떤 정치적 타협도 죄악"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이 모든 특권을 내려놓는 정치를 해야 한다. 또 민생정치는 특권·부패정치와 비타협적 결별을 선언할 때만 가능하다"면서 "헌법적 특권을 방패삼아 범죄자를 감싸는 이런 국회는 필요 없다. 국민이 다 알고 분노하고 있다"며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최우선 사항으로 언급했다.

여기까지는 공식적인 이유일 것이다. 김무성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사심 없이 선당후사의 입장으로 김문수 혁신위원장 카드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자료사진)
▶ 그렇다면 공식적이지 않은 이유는 뭔가?

=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일단 친박세력에 대한 견제차원의 연대라는 분석이다.

최창렬 교수는 "김문수 혁신위원장 카드는 당내 주류인 친박세력을 견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보수적이지만 혁신적인 이미지의 두 사람이 친박주류의 움직임이나 당 장악을 혁신으로 견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의 측근 의원들도 이 분석에 대해서는 공감을 나타냈다. 새누리당의 최대 계파는 누가 뭐래도 친박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 친박은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 수석부대표 등인데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청와대의 입장을 대변하느라 상생의 정치를 펴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비박계인 김문수 혁신위원장 카드는 김무성 대표의 포용력을 과시하면서
외연을 넓히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역시 차기 총선 공천권과 관련된 문제다.

김문수 전 지사는 택시기사로 민생체험을 하면서 손님으로 만난 중앙일보 기자가 "혁신위원장의 가장 큰 과제는 뭔가?"라고 물으니까 "김 대표를 만났을 때 '혁신위가 뭘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바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한국판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더라"라면서 "나도 계속 주장해왔고,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때 약속한 사안이다. 야당도 마찬가지지만 잘 안 된다. 정당의 '큰손'들이 공천권이라는 특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지 않아서다. 이 집착을 끊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혁신위원회가 2016년 20대 총선 공천에서 '한국판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김문수 대표는 원칙에는 비타협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지사의 한 측근인사는 "차기 총선 공천권 문제가 개혁의 핵심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친박계의 거센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 번째는 판을 키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도 영화처럼 흥행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도 세력도 넓어지고 주목도도 커지게 된다.

2002년 16대 대선을 분석해보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가 일찌감치 결정된 상태였다. 반면에 야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은 경선흥행을 위해 국민경선제를 도입했는데 최대 수혜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지지율이 한자리에 불과했지만 파란을 일으키면서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됐고 이 바람을 타고 본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꺾었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워낙 치열하다보니 자고나면 새로운 의혹이 폭로되면서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 야당의 후보경선은 관심에서 멀어질 정도였고 최대 표차이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물론 다른 측면이 더 큰 이유이겠지만 흥행의 차원에서 보자면 판을 키워야 하는데 김무성 대표가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 야권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의원, 안철수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전 의원 등 이른바 경쟁력 있는 잠룡들이 많다. 흥행이 이뤄질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독주체제를 갖추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경기지가 홍준표 경남지사 등이 잠재적인 경쟁자로 거론되지만 김무성 대표와 거리가 너무 멀다. 이런 상황에서 잠재적인 경쟁자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당내 혁신위원장으로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자료사진)
▶ 김무성 대표가 김문수 전 지사를 선택하는 것도 파격이지만 이를 받아들인 김문수 지사도 쉽지 않은 결단이다 이런 분석도 있는데?

= 그런 측면이 있다.

김무성 대표를 높게 평가하는 건 경쟁자의 싹을 자르기보다는 경쟁자와 함께 윈윈하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우선 두 사람이 연대할 경우 무게가 실린다. 당의 혁신도 큰 힘을 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김문수 지사로서는 자신의 역할이 김무성 대표의 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부담감을 감내해야 한다. 김 전 지사의 한 측근인사는 "김무성 대표로서는 김문수 지사를 자신의 큰 그릇에 녹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고 그런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당의 혁신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아직은 미지수지만 제대로 될 경우 김문수 지사보다는 경쟁자를 발탁한 김무성 대표의 용인술과 포용력이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김문수 전 지사의 경우 김무성 대표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혁신위원회가 혁신안을 내놓았을 때 당 지도부나 친박계와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비타협적 스타일의 김문수 전 지사가 쉽게 타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전 지사가 혁신위원장을 수락한 것은 새누리당을 정치를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나름대로의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 지사의 한 측근인사는 "개혁적인 김 지사가 밑바탕부터 흔들게 될 것이다. 특권과 기득권 인정안하는 공천 안을 만들 것이고 이는 국회개혁, 정치개혁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김 전 지사가 1단계 정치생명을 걸고 개혁과 혁신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 SNS에서의 평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새누리당에 비판적인 사람들도 '경쟁자를 키우는 김무성'이라는 평가들이 나온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페이스북에 "김문수 새누리 혁신특위위원장임명, 김무성과 김문수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모양새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배워야 한다"라고 했다.

정의당 서주호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트위터에 "국회의원 130명의 제1야당 새정연이 박영선 대표의 탈당 언급으로 헤어 나오기 힘든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을 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여 2016년 총선·2017년 대선 승리를 위한 준비를 치밀하게 하고있다."고 평가했다.

트위터리안 @yu*****ung 은 "김무성이 김문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권의 대선후보 판을 같이 키우자는 거죠. 이정도 자신감은 갖고 움직여야 큰 꿈을 꿀 수 있는 겁니다"라고 했고 @RO_corea는 "김무성이 김문수를 보수혁신위원장에 앉히는 것 봤냐? 야당은 누군가 뜨려고 하면 싹부터 자르고 보는데 김무성 이는 같은 대선후보군에 있는 김문수에게 감투를 씌워 일단 키워낸다. 이게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다른 점이다. 이 다른 점이 대통령을 낸다는 사실"이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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