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단장 "끊어진 세월호 AIS 36초, 시스템 한계 탓"

"대각도 조타·화물 더해져 사고 직후 배 30도 기울어" 세월호 안전 상태 관련 "1년 넘게 운항한 게 요행 중 요행"

세월호 침몰 원인을 조사한 검경 합동수사본부 전문가 자문단 허용범 단장은 16일 세월호의 자동식별장치(AIS) 기록이 끊어진 것과 관련, "시스템의 한계일 뿐 사고원인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기울기는 30도가량이었으며 20도는 복원성이 없는 세월호가 소화하기 어려운 대각도 조타, 10도는 과적한 화물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선임 심판관을 지낸 허 단장은 이날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1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허 단장은 "기록이 왜 끊어졌는지 나도 의아하고 관련 의혹도 많아 개인적으로 미국 해안경비대에 이메일을 보내 질의하기도 했다"며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배의 송신 주기가 바뀌고 인근 수신국이나 기지국에 수백척의 데이터가 들어와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은 통상적으로 생길 수 있다고 하더라"고 증언했다.

"해양수산부 자료에는 36초,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 자료에는 29초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는데 시스템상 오류라는 말이냐"는 검사에 질문에 허 단장은 "시스템의 한계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당시 정전이나 조타기 이상의 징후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그는 답변했다.

허 단장은 "세월호가 1년 넘게 인천-제주를 계속 운행했다는 자체가 요행 중 요행이었다"고 세월호의 불안전한 선체구조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정상적인 선박이라면 전속도로 달리던 중에 35도가량 전타(최대치 조타)해도 원래 상태로 복원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검사의 질문을 받고 "해사안전법상 충돌 위험 등이 발생하면 선장은 가능한 한 빨리 최대 각도로 배를 돌리도록 하지만 세월호에는 경사가 많이 생겨(옆으로 기울 수 있어)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선장이 1등 항해사에게 5도 이상 타를 쓰지 말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고 증언했다.

허 단장은 "대형 선박이 35도는 커녕 5도 이상 타를 쓰지 못한다는 것은 승객 몇십명을 실은 고속버스가 핸들을 두바퀴 돌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7분의 1밖에 못 돌리는 것과 같다"며 "이렇다면 고속버스가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사고의 인과관계를 조타(우변침), 2단계 급 우선회, 3단계 횡경사, 침수·침몰 등 4단계로 나눠 분석했다.

당시 조타수가 조타기를 5도가량 오른쪽으로 돌렸다가 타효(조타효과)가 없자 15~35도가량 조타를 심하게 해 배가 30도가량 왼쪽으로 기울면서 침수와 침몰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허 단장은 "복원력 계산을 한 결과 세월호가 대각도 조타로 선회하면서 생긴 횡경사 각도는 20도가량인 것으로 보인다"며 "급작스럽게 횡경사가 (10도) 더해진 요인은 물(평형수), 사람(승객)도 아니고 화물 밖에 없다"고 단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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