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재확인된 것이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이원범 부장판사)는 1심에서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던 A(21·여)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5일 오후 1시 15분께 홍모, 김모(이상 당시 22세)씨가 잠들어 있던 대전의 한 모텔방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질러 홍씨 등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수사당국은 보도방을 운영하던 홍씨 등 밑에서 조건만남을 하며 수익을 나눠오던 A씨가 홍씨 등의 폭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으며 A씨는 수사단계에서 잠시 범행을 시인했다가 번복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현장 주변에 있다가 붙잡힌 A씨 옷가지에서 불에 그을린 흔적이나 인화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구속된 후 변호인의 도움도 없이 수사를 받은 A씨가 일시적으로 범행을 시인한 것은 수사기관의 추궁에 위축된 탓일 수도 있는 만큼 진술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예비적 공소사실로 홍씨가 갈등관계에 있던 김씨를 살해하는 것을 A씨가 방조했다는 혐의도 적용했으나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홍씨가 김씨를 살해하려 한다는 사실을 A씨가 알면서도 그 행위를 지지하거나 격려하는 등 방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