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관중석의 한 구역에서는 쉴 새 없이 응원 구호가 울려 퍼졌다. 북한 응원단의 방문은 무산됐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응원을 선보인 이들은 바로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북공동응원단'이다. 지난 11일 북한 선수단 1진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할 당시에도 현장을 찾아 밝은 얼굴로 맞이했던 바로 그들이다.
관중석의 한 구역을 차지한 약 300여명의 남북공동응원단은 한반도기와 막대풍선을 이용해 북한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들은 축구대표팀의 경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4박자 응원을 응용했다.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와 함께 '힘내라', '잘한다', '우리 선수 힘내세요' 등 다양한 구호를 선보였다. 응원가로 아리랑을 부르기도 했다. 북한 선수단 관계자들도 경기장을 찾아 인공기를 내걸고 선수단의 첫 경기를 응원했다.
북한 선수들도 남북공동응원단에 화답했다. 북한은 전반 10분 심현진의 선제골이 터지자 일제히 모든 선수가 공동응원단을 향해 달려가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후 후반에 2골을 더해 3-0으로 완승하자 응원단 한 명이 경기 종료 후 경기장으로 뛰어들었고, 골키퍼 리명국 등 일부 북한 선수들과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경기에 이어 기자회견도 훈훈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이 나오지 않으면서 원활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북한의 선수단 관계자는 현장을 찾은 외국인 취재진을 위해 능숙한 영어 실력으로 윤정수 감독을 통역했다. 윤정수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도 "우리 선수들을 열심히 응원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 드린다. 첫 경기부터 승리했는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아시안게임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북한 취재진도 경기장에 늦게 도착해 취재석에 앉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북한 선수단의 첫 경기를 문제 없이 취재했다. 일부 사진 기자는 그라운드 가까이서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취재하는가 하면 기자회견에서는 윤정수 감독을 향한 한국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다만 경기 후 중국 감독의 기자회견에서 통역을 담당한 자원봉사자가 수 차례 북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북한 취재진 일부가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금새 안정을 되찾고 기자회견 취재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