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인 매튜 토드 밀러에게 6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이같이 말했다.
하프 부대변인은 "밀러와 다른 2명의 억류자가 북한 당국에 의해 체포되고 투옥되면서 기소된 혐의는 당연히 미국이나 세계의 많은 다른 나라에서는 체포 또는 투옥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은 공식으로는 이들 억류자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이 정치적 어젠다를 추구하면서 이들 미국 시민권자를 볼모로 삼으려 한다는 게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프 부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이들이 모두 석방돼 귀국해야 한다는 점을 명백하게 밝혔다"며 "선고와 관련한 보도를 봤지만, 이(기소 내용과 선고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밀러에 대한 북한의 재판을 앞두고 지난 12일 전망을 묻는 말에 "긍정적 조짐은 없다"며 "북한은 늘 이런 식으로 사람을 볼모로 활용하고 이번엔 미국인이다. 이는 불쾌하면서도 고통스러운 방식"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프 부대변인은 국무부 브리핑 이후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다른 나라에서라면 체포조차 되지 않을 일로 미국인이 상당히 가혹한 선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도 유엔이나 다른 국제기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했지만, 현재 미국인 억류라는 상황을 보고 있다"며 "북한 정권의 행동이나 이력을 고려하면 북한의 인권 상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16일 개막되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북한 인권 상황에) 변화를 유도할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의 뜻을 모으려 한다"고 전하고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북한인권 고위급회의 초청 여부에 대해서는 "누가 초대될지 모른다"고 답했다.
밀러에 대한 선고에 이어 북한 내 호텔에 성경을 둔 채 출국하려다가 지난 5월 억류된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에 대한 재판도 곧 열릴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4월 '국가전복음모죄'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는 최근 미국의 한 방송에 출연해 미국 정부의 석방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북한이 억류자들을 정치적 볼모로 삼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북한의 이런 일련의 행동이 미국의 고위급 특사 파견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에 빌 클린턴 및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억류된 다른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 방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