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으로 시인이 심혈을 기울여 써낸 시의 '틀'을 고스란히 화면에 띄우는게 마침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시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행(行)이 헝클어지고, 이로 인해 각운이 뭉뚱그려지며 마치 산문 같이 변하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퓰리처상 수상 시인인 존 애슈버리는 몇 년 전 자신의 시의 전자책 버전이 '종이 버전'과 크게 다른데 당황해, 전자책 게재를 취소했다가 지난주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 17편을 전자책으로 펴냈다.
그는 "(전자책이) 원본의 형태에 매우 충실했다"고 말했다.
'뉴 디렉션즈' 출판사도 지난주부터 시의 전자책 출판에 착수해 지금까지 파블로 네루다 등 유명 시인의 작품집을 60권가량 출간했다.
2007년에는 전자책으로 나온 시가 고작 200편이었으나 2013년에는 2천50편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장르에 비해 덜 대중적인 시의 '전자화'를 불편해하는 시인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출판사들이 출판 이익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시의 전자화에 비용을 들이기를 꺼리지만, 기술의 발전을 계속 도외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들 출판사는 행 바꿈과 운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시의 외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편집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함으로써 시대변화에 적응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