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은 위안부 강제 동원을 뒷받침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일본 아베 정부와 일부 언론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 자료의 성격을 갖는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93년 7월 일본 정부 대표단이 위안부 피해자 16명의 증언을 듣는 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17분 분량의 영상에는 당시 일본 총리부 심의관과 여성 인권위원, 통역원 등 5명이 유족회 사무실에서 김복선 할머니와 윤순만 할머니 등으로부터 닷새 동안 증언을 듣는 모습이 담겼다.
현재 김 할머니를 비롯한 14명은 숨졌고, 윤 할머니 등 2명만 생존해 있다.
김 할머니는 "2주 동안 다락에 숨어있다가 우리 동네에는 안 오는가 싶어 마루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일본 순사가 칼을 차고 나타나 팔짱을 끼고 데려갔다"고 말했다.
윤 할머니는 13살의 나이에 충북 영동에서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거쳐 오사카에 있는 일본군 부대로 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오사카 산골에 가보니 4층짜리 위안부 기숙사가 있었고, 특히 가스 부대 군인들이 많았다"는 게 윤 할머니 진술이다.
윤 할머니는 또 "'왜 우리에게 월급을 안 주냐'고 하니까 '너희는 집에 갈 때 준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너희가 나라를 뺏기고 일본에 부역하러 왔다'고 하면서 돈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본군이 팔을 비틀어 왼쪽 팔꿈치가 부은 채 꺾인 모습을 윤 할머니가 일본 대표단에 장면도 공개된 영상에 담겼다.
위안부 피해자 증언 청취는 유족회와 일본 정부 대표단의 7차례 회의 끝에 마련됐으며, 회의 때마다 작성된 회의록은 일본 정부에 정식 보고됐다고 유족회는 설명했다.
당시 증언 청취에 배석했던 유족회 양순임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에서 "당시 일본과 영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20년이 넘도록 덮어뒀는데 일본이 그동안 많은 허위 유포와 날조를 했다"면서 "'고노 담화가 한국 정부와 협의해 나온 것'이라는 아베 총리 주장은 순전히 날조"라고 강조했다.
유족회는 증언 청취 과정을 비롯해 위안부 문제 관련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라면서 이날 공개되지 않은 나머지 영상은 일본 정부 태도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