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2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임영록 회장에 대해 3개월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건의한 문책경고보다 높은 수준의 징계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직무상 감독업무 등 태만에 중과실이 인정되고 이로 인한 KB금융의 경영건전성 훼손 정도가 심각하다고 보아 금감원장이 건의한 문책경고보다 높은 수준인 임원(대표이사, 회장, 이사)의 직무집행정지로 수정의결했다"고 밝혔다.
임 회장 등에 대한 직무정지는 이날 오후 6시부터 효력을 갖는다.
임 회장은 국민은행 등 자회사의 경영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최고 책임자로서 주력자회사인 국민은행의 중차대한 사업인 주전산기 교체에 대해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갖고 이런 사업이 적법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는데 임 회장은 이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고받았으면서도 사업추진의 비용과 위험요소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 '직무상 감독의무 등을 태만히 했다'는 것이 금융위의 판단이다.
◈ 국민은행 주요 의사결정에 왜곡초래
그 결과 지주의 직속 임원이 자회사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국민은행의 중요한 의사결정의 왜곡이 초래됐고, 이런 위법·부당한 행위 등에 따라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업에 관한 은행 이사회 보고자료 등이 허위로 작성되는 등 중대한 위법행위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또 임 회장은 이 사업과 관련해 금융지주와 은행 임직원들 간에 심각한 내부갈등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자회사에 대한 경영관리업무를 소홀히 해 그룹 내부의 갈등과 지배구조의 난맥상이 외부로 표출되는 등 사회적 물의가 야기됐다고 금융위는 지적했다.
그 결과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등의 건전경영이 심히 위태롭게 됐고, 이런 상황에서 KB그룹 전체의 경영건전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이를 방치할 경우 금융시장의 안정과 고객자산의 안정적 관리를 저해하는 등 공익을 침해할 우려가 매우 높다는 것.
이에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금융위 위원들은 KB그룹이 우리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국민의 재산을 관리하는 금융회사의 기본 책무 등을 고려할 때 임 회장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제재조치안 의결 직후 확대 간부회의를 소집해 "이번 KB금융사태는 당연히 지켜져야 할 내부통제제도가 조직문화로 자리잡지 못할 경우 금융에서 생명과도 같은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하면서 유사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위와 금감원의 철저한 업무수행을 당부했다.
◈ 신제윤 위원장, 위법행위 검찰고발 등 조치를 취하라
또 "이른 시일 내에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 위원장은 "관련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금감원장이 검찰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금융위원들의 이번 결정은 임 회장의 직무를 정지시켜 사실상 경영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해 이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최수현 금감원장은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결정하고 임영록 회장에 대해서는 금융위에 중징계를 건의했다.
임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참석해 중징계 건의의 부당성을 소명했지만 위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KB금융지주는 세부내용을 파악하는 대로 입장을 표명할지 결정할 방침이지만 중징계 상향 조정을 예상하지 못한 듯 적잖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 KB지주, 당혹 분위기 역력
임 회장은 그러나 이날 소명 직후 자진사퇴 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상태다.
임 회장은 "진실을 밝히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고 "(중징계가 의결될 경우)법적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임 회장이 직무정지상태에서 행정소송 등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어 KB내분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