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1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담뱃값을 내년에 한 갑에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흡연자의 세금부담은 한 갑당 현재 1,550원에서 내년에 3,318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현재 담배 한 갑에 붙는 담배소비세(+366원)와 지방교육세(+122원), 부가가치세(+182원) 등의 세목이 인상되는 것은 물론, 내년부터는 개별소비세 594원까지 추가로 부과된다. 이렇게 되면 금연율 상승으로 담배 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해도 정부 세금수입은 2조8천억 증가할 전망이다. 결국 명백한 증세다.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주장해온 '증세는 없다'던 방침은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그리고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주민세 등 다른 세금도 줄줄이 인상 대열에 합류할 기세다.
이명박 정부 때의 감세 정책으로 지난해부터 세수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5년 동안 134조8천억원의 공약재원을 증세 없이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증세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접근방식이 틀렸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계속 증세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뒤로는 슬그머니 담배소비세나 개별소비세 등 올리기 쉬운 간접세부터 올리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고소득자나 대기업 등 세금부담 여력이 있는 계층을 제쳐두고 은폐된 방식으로 세수를 확충하려는 노력을 할 경우, 국민의 조세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담뱃값 인상이 발표되자마자 야당을 비롯해, 여러 시민, 사회단체들이 저소득층의 세금부담을 더욱 증가시키는 서민 증세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세무학)는 "금연율을 높이기 위한 담뱃값 인상은 동의한다"면서도, "정부가 국민에게 솔직하게 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국민에게 솔직하게 증세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세수 증대와 함께 조세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종합적인 증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