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화(45) 전 현대캐피탈 감독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였다. 한양대와 현대캐피탈의 전신 현대자동차서비스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고, 국가대표로도 맹위를 떨쳤다. 일본 배구 최고의 스타였던 나카가이치 유이치가 하종화 감독을 라이벌로 꼽기도.
어느덧 20년 가까운 세월이 훌쩍 지나 하종화 감독은 배가 살짝 나온 중년 신사로 변했다. 지난해 현대캐피탈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다시 모교 진주동명고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제 하종화 감독이 아닌 딸 하혜진(18)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강스파이크를 때릴 준비를 마쳤다.
하혜진은 11일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2014-2015시즌 여자 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국가대표 쌍둥이 자매 이재영(흥국생명), 이다영(현대건설)에 이어 3순위로 도로공사의 지명을 받았다.
하혜진은 "모자란 점이 많은 데 뽑아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프로에서 더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 배구를 호령했던 하종화 감독이지만, 딸 앞에서는 말을 아낀다. 딸이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배구에 대한 이야기는 최대한 자제한다. 그래도 부녀 간에 나누는 대화는 온통 배구 이야기 뿐이다.
하혜진은 "따로 말해주시지는 않는다. 내가 물어봐야 배구 기술에 대해 말해주시고, 힘들 때도 조언을 해주신다"면서 "그래도 거의 배구 이야기만 한다"고 웃었다.
하종화 감독은 "아무래도 내가 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선생님이 있는 상황에서 딸이 혼동할 수도 있다"면서 "학교 선생님에게 배구를 배우고, 궁금한 부분만 이야기를 해준다"고 설명했다.
거포의 피를 물려 받은 만큼 하혜진의 장점 역시 점프와 깨끗한 폼이다. 하종화 감독이 대학교 때까지 키가 컸던 것 처럼 하혜진도 아직 키가 자라고 있다. 롤모델도 여자 선수들이 아닌 아버지 하종화 감독이다.
하혜진은 "사람들 시선에 부담이 많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노력해서 지금까지 버틴 것 같다"면서 "아직 성장기인 것 같은데 클 만큼 많이 크고 싶다"고 말했다.
하종화 감독에게도 하혜진은 애착이 가는 딸이다. 첫째 하혜민도 고등학교 때까지 배구를 했지만 서울대에 진학했다.
하종화 감독은 "1라운드 높은 순위로 지명을 받아 자랑스럽다"면서 "더 열심히 해서 여자 배구의 중심이 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하혜진도 "아빠처럼은 안 되겠지만,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