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1일(현지시간) 9·11테러 13주년을 맞았다.
미국 정부가 시리아로의 공습 확대를 결정하는 등 '테러와의 전쟁'의 전선을 넓히는 가운데,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크고 작은 추도식이 열려 13년 전 테러에 희생된 시민들의 넋을 기렸다.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이 무너져내린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 제로'의 추도식은 유가족이 중심이 됐다.
추도식은 오전 8시46분(현지시간) 새로 문을 연 국립 9·11테러박물관 앞 야외에서 묵념으로 시작됐다.
2001년 9월11일 공중납치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110층짜리 WTC 쌍둥이 빌딩의 북쪽 건물에 충돌한 바로 그 시각이다.
유가족 대표들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희생자 2천983명의 이름을 한 명씩 불렀다.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몇몇 유족은 울먹이거나 흐느꼈다.
행사 중 은색 종이 울릴 때마다 호명이 잠시 중단되고, 총 5차례의 묵념이 더 이어졌다.
또 다른 비행기가 WTC 북쪽 건물에 충돌했던 시각, 두 빌딩이 차례로 붕괴됐던 시각, 그리고 또다른 항공기 2대가 각각 미 국방부와 피츠버그 동남쪽 지점에 추락한 시각에 참석자들은 전원 머리를 숙였다.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진 행사장 주변 동판에는 구름 낀 날씨 속에 붉은 장미꽃이나 작은 미국 국기가 꽂혔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과 9·11테러 수습과 재건을 이끌었던 루디 줄리아니,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워싱턴DC와 뉴욕의 관공서는 이날 조기를 게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전 8시46분 백악관 남쪽 사우스론으로 걸어나와 묵념하는 것으로 이날 일정을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국방부 청사 서쪽 9·11기념공원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미국인 여러분의 사랑이야말로 우리를 공격한 자들의 증오에 대한 궁극적인 질책"이라며 "미국인은 결코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러가 벌어진 2001년 이후 자라난 '9·11 세대'가 "지난 10년여의 전쟁 동안 국가의 부름에 부응했다"며 "이제부터의 세대가 천국까지 닿을 만한 탑을 세우고 전 세계에서 자유를 대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 당일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가 추락했던 펜실베이니아주(州) 생스빌에서도 추도식이 거행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주변은 변모하고 있다.
건물이 붕괴된 자리에 1천776피트(541m) 높이의 '원 월드트레이드센터' 등 7개의 월드트레이드센터 건물이 새로 들어서고 있고, 지난 5월에는 9·11테러박물관이 개관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은 진행형이다. 13주년을 맞으며 오히려 이슬람 무장단체와의 전선은 오히려 확장되는 양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이슬람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 격퇴와 관련해 "시리아 공습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시리아로의 공습 확대 방침을 밝혔다.
이날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9·11메모리얼플라자에서는 '추모의 불빛' 행사가 열렸다.
88개의 서치라이트가 하늘로 수직으로 뻗는 2개의 푸른 '불빛기둥'을 만든 가운데 뉴욕 시민들은 테러의 희생자들을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