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추진…전자담배가 흡연 대안 될까

"담배 수준 규제해야" vs "효과 인정해야" 의견 맞서

정부가 11일 담뱃값을 4천500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흡연자들이 대안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담뱃값 인상에 따라 흡연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부에서는 전자담배 등으로 흡연자 상당수가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전자담배 자체만으로도 위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담배가 흡연자의 궁극적 목표인 금연을 달성하는데 과도기적 수단이 될 수 있느냐는 부분도 논란거리다. 실제 일부에서는 담뱃값 인상 이후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전자담배와 담배를 함께 피우는 '복합 흡연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금연학회는 학회지 최근호를 통해 전자담배와 금연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찬반 논란을 다뤘다. 학회지에 발표된 주요 논문을 중심으로 전자담배의 찬반 논란을 정리해본다.

◇ "청소년 전자담배 흡연자 70%가 복합흡연자"

고려대대학원 보건과학과(황진우·김은영)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이철민)가 전자담배를 피우는 중·고생 2천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남학생 75.4%, 여학생 67.3%가 각각 복합흡연자였다. 복합흡연자는 전자담배를 피우면서 담배도 함께 피우는 경우를 말한다. 상당수 청소년에게 전자담배가 실제 흡연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복합흡연자는 음주경험이 있는 학생에서 3.8배가량 더 높았고, 평균 용돈이 많을수록, 성적이 나쁠수록 상관성이 더 컸다. 특히 금연교육을 받은 학생은 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에 비해 복합흡연을 할 가능성이 30%가량 더 높았다.


연구팀은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모두 이용하는 복합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청소년들의 흡연행태별로 접근할 수 있는 금연교육과 정책수립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전자담배도 담배 수준으로 규제해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성규 박사는 '전자담배, 담배와 동일한 수준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문에서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보다는 덜 해롭겠지만 담배와 동일하게 철저히 규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그 이유로 전자담배에 여전히 디에틸렌글리콜(diethylene glycol), 메탄(methane),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 메탄올(methanol), 스테아르산(stearic acid) 등의 독성물질이 들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전자담배의 경우 사용량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에 과다한 니코틴 흡입으로 인해 니코틴 중독을 오히려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이 박사는 설명했다.

이 박사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전자담배의 마케팅, 판매, 금연구역 내 사용은 금지돼야 한다"면서 "여기에 근거 없이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홍보하는 것에 대해서도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자담배, 연초담배보다는 현명한 선택"

이와 달리 전자담배를 과도하게 규제하는것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단국대의대 가정의학교실 정유석 교수는 '전자담배, 과도한 규제만이 최선일까'라는 논문에서 전자담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과장된 부분이 있는 만큼 담배를 끊지 못하는 개인 흡연자를 위해서라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 교수는 특히 금연에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흡연자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전자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과 일부 첨가물이 해롭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더해 60여종의 발암분진이 추가로 흡입되는 연초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보다 현명한 선택이라는 사실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또 전 세계의 흐름이 니코틴 함량을 지나치게 줄인다든지, 아예 판매를 금하는 등의 규제일변도에서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만큼 전자담배를 의약품으로 분류한다면 금연효과를 인정하는 대신 접근성을 제한하는 일종의 '문턱 높이기'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전자담배가 있든 없든 니코틴이 허용된 사회라면 청소년들은 언제나 흡연을 시도할 것"이라며 "따라서 지나친 규제는 자칫 전자담배로 이행할 수 있는 흡연자들에게 장벽이 돼 더 해로운 연초담배 흡연을 할 수 밖에 없도록 강제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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