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1938년 출간된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기반이다. 전 부인 레베카의 의문의 죽음 후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영국 상류층 신사 '막심'(오만석, 민영기, 엄기준), 죽은 레베카를 숭배하며 맨덜리 저택을 지배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옥주현, 신영숙, 리사), 그리고 사랑하는 막심을 지키기 위해 댄버스 부인과 맞서는 '나'(임혜영, 오소연)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원작의 힘이다.
댄버스 부인 역의 옥주현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나와 대립하는 장면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레베카가 죽은 이후에도 그녀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맨덜리 저택 곳곳에 그녀의 흔적을 소중히 간직하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저음과 고음을 오가며 메인 뮤직넘버 '레베카'를 열창할 때는 객석에서 이날 공연 중 가장 큰 환호성이 터졌다.
오만석 역시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무리없이 보여줬고, 임혜영은 연약하고 소극적인 여성에서 강인하고 적극적인 여성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죽은 레베카를 둘러싼 어두운 비밀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미묘하게 변하는 등장인물의 심리를 들여다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웅장한 무대는 뮤지컬 '레베카'의 또다른 볼거리다. 무대 골격에만 철근 10톤을 사용했을 만큼 공을 들였다. 로맨스와 서스펜스가 결합된 로맨스 스릴러 뮤지컬의 무대답게 맨덜리 저택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음산한 기운이 가득하다. 특히 댄버스 부인이 회전하는 발코니에서 '레베카'를 부르는 장면이 압권이다. 발코니는 스태프 두 명이 수동으로 회전시키는 수고를 했다.
소설 '레베카'는 스릴러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에 의해 1940년 영화로 만들어졌다. '레베카'의 뮤지컬 버전과 영화 버전을 비교·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뮤지컬 '레베카'는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 콤비가 만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중간에 스토리가 늘어져 공연시간(170분)이 다소 길게 느껴진다는 것. 가장 재미있는 점은 무대에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 '레베카'의 존재감이 가장 크다는 것.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11월 9일까지. 문의: 02-6391-6333